다른 지역과는 달리 제주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신발이 3개가 필요하다. 신발, 자동차, 비행기가 그것이다. 그런데 지난 22일 하루 신발 하나가 묶여 버렸다. 발이 묶였으니 아우성치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이번 파업으로 22일 하루동안 도민과 관광객 9000여명이 제주에서 발이 묶였고 제주에 오려던 관광객 6000여명도 들어오지 못했다고 한다. 하루만에 파업이 타결되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또한 이런 일이 또 다시 발생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여기서 대한항공 조종사의 파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려는 게 아니다.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집단행동을 벌일 권리는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 파업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쟁점을 공론화시키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민들이 볼모로 잡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자신들의 이익이 문제가 되면 국민들을 볼모로 삼아도 된다고 서로 암묵리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파업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이나 손실을 감수하는 것을 배우고 적응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지난달 22일 대한항공의 파업을 지켜보면서 몇가지 상념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파업은 예고되어야 한다. 대한항공의 노사간 단체교섭이 잘 진행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단체행동을 하게 될 경우 사전에 그 일정이 널리 공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반 국민들이 탑승 일정을 바꾸고 다른 항공을 이용하는 등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2일 새벽에 타결될 것으로 알아" 대비책을 적극 마련하지 못했다는 대한항공의 무책임한 태도에 아쉬움이 크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니 평화의 섬이니 하면서 21세기 부푼 꿈을 그리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파업 하나로 제주도가 하루 아침에 난리 법석의 지역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제주가 섬이면서도 섬의 고립성과 주변성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서울과 제주를 잇는 1시간의 항공노선이 제대로 작동될 때에 한하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비행기가 막히면 제주도는 졸지에 고립무원의 섬으로 변해 버린다는 것. 그렇다면 제주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신발인 비행기가 멈추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의 파업 경험을 거울 삼아 다음 번의 파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주도는 대안적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 파업시 제주노선은 바다를 건너기 때문에 국제노선에 준하는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없는 제주인 경우 비행기는 사실상 제주와 서울을 잇는 거의 유일의 통로라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대한항공이든 아시아나항공이든 비행기가 파업을 하게 되면 다른 항공사가 자동적으로 특별기를 띄울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대한항공 파업 역시 의료파업의 경우처럼 한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공익성을 갖는 경제활동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공공적 경제활동과 관련된 단체행동권을 가급적 제한적이고 부분적으로 행사하려는 책임의식과 배려정신을 가질 때 비로소 살기 좋은 한민족 공동체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양길현·제주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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