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평화책 읽기-두 권의 그림책 <손님>과 <꽃그늘 환한 물>

<손님> 윤재인 글, 민소애 그림 / 느림보

강렬한 색감의 과일들 속에 있는 한 아이, 본본 입니다. 필리핀에서는 새해 첫날 신이 주시는 복을 받으려면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 대요. 그리고, 고양이가 세수를 하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뜻이랍니다.

본본에게 오늘은 반가운 손님, 먼 나라로 돈 벌러간 아빠가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날 본본에게 온 손님은 기다리는 아빠가 아니라 수진이라는 작은 계집애였지요. 본본은 소금을 뿌리며 잘못 온 손님이 빨리 나가길 바랍니다.

서울에서 온 수진이는 한국 사람인데 반은 필리핀 사람이래요. 알 수 없는 말로 화를 내고,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수진이. 그런 수진이가 말합니다. "아빠가 돈 많이 벌면 다시 데려간다고 나랑 손가락 걸었어." 본본이 아빠에게 듣고 하고 싶은 말을, 수진이가 대신 해 주었습니다. 이제 둘은 멀리서 오는 손님, 보고 싶은 아빠를 같이 기다립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책처럼 절실한 느낌으로 다가온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샌들을 신고 텅 빈 공간에서 함께 기다리는 두 아이가 나를 한참을 멍~하게 만들었습니다.

 <꽃그늘 환한 물>  정채봉 글, 김세현 그림 / 길벗어린이

 <엄마까투리>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작가의 그림입니다. 책 속 이야기와 그림이 너무나 잘 어우러집니다. 흰구름이 전하는 골 깊은 산 속 암자에 사는 눈이 큰 스님 이야기입니다. 사람과 자연이 따로가 아니라 하나임을 스님은 조용히 몸으로 보여줍니다. 자연 또한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 따뜻하게 감싸는 님의 마음 씀씀이가 눈으로 다가옵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 것같은 그해 늦가을, 개울 한 귀퉁이 파란 융단 같은 이끼가 낀 작은 돌을 데려옵니다. 그리고, 진달래꽃 빛이 산을 덮어가는 봄날 오후, 스님은 이끼의 돌덩어리가 박혀 있던 곳에 다시 그 작은 돌을 내려놓으며.. "자, 약속대로 자네들의 친구를 다시 데려왔네. 이제부터는 또 사이좋게 지내게나. 그리고 자넨 다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네.

자기의 삶을 남에게 평생 의지해 살면 뿌리가 썩어 버리는 법이야. 아마 가뭄이 들거나 큰물이 질 때도 있을 테니 힘은 들겠지. 그러나 그런 어려움쯤은 견뎌 내야 하네. 그래야 살아간다는 보람이 생기는 걸세." 하며 작은 돌에게,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말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책읽어주기를 하기에 종종 도서관에 어떤 그림책이 새로 나오는지 살피곤 합니다. 새로 출판된 책 중에 실망감이 큰 책도 많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우리나라 그림책들을 발견할 때는 기분이 좋습니다. (이지민/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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