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제주 바람카페 대표, 제주바람여행자(login.blog.me) 블로그 운영자)

   
 
  ▲ 이담  
 
제주 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8년 째가 되어간다. 10여년 전 벤처 거품이 사그라들면서 운영하던 회사를 접게 되었다. 오랜 만에 시간 여유가 생겨서 시작한 제주 여행. 처음에는 한 두달 정도 제주를 돌아다니면 제주의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곧 잘못된 생각임을 알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 관광지가 아닌 제주의 자연 그 자체의 매력에 빠져 들면서 제주를 떠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여행을 계속 하고 있고 있다. 제주의 하늘, 돌, 바람이 마술처럼 나의 발목을 잡고 아직도 내 가슴을 떨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제주에 오면 관광지를 돌아다니면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다행히도 요즘에는 올레길 걷기, 오름 트레킹, 곶자왈 체험 등의 새로운 여행법으로 제주 속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와 함께 필자처럼 제주의 매력에 빠져 아예 제주로 이사를 와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연령대도 많이 낮아져서 능력있는 젊은 사람들이 제주로 오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런데 막상 제주 토박이들이 제주의 매력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매일매일 보는 풍경에 익숙해져 있고, 척박한 땅과 거친 바다에서 삶을 살아가려면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필자 또한 제주의 삶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제주의 자연이 화가 났을 때는 얼마나 거칠고 무서운지를 깨닫고 있다.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제주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제주 사람이라면 제주가 갖고 있는 진정한 매력을 잘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제주 토박이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바람과 돌조차도 외지인의 눈에는 신비하고 멋진 풍경이고, 투박하게 들리는 제주어, 제주사람들의 평범하게 사는 모습조차도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제주의 매력을 찾으려면 어떡해 해야할까? 그것은 직접 발품을 팔수밖에 없다. 한달에 한번쯤은 가족들의 손을 잡고 제주의 매력을 발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보자.

제주여행자로서 이번에 제안하는 여행은 커피와 함께하는 카페 투어이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는 ‘잔치집 커피’라고 자랑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 좋은 카페를 찾아 떠나보자. 제주 곳곳에 멋진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으니까.

제주시내에서 가까운 곳부터 출발한다면 1100도로 신비의 도로 옆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 ‘신비의사랑’이 좋다. 인근에 있는 제주도립미술관을 보고 맛있는 커피와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서쪽으로 가면 애월 한담소공원 옆에 있는 ‘키친애월’에 들러야 한다. 이곳에서 맛있는 커피와 함께 바라보는 바다풍경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송악산을 들러서 사계해안도로를 간다면 사이게스트하우스 2층에 있는 ‘스테이 위드 커피’에 들러서 정성들여 내려주는 핸드드립커피를 즐길 수 있다.

올레 8코스 끝 대평포구에 가면 포구 바로 앞에 있는 ‘레드브라운’과 마을 안쪽에 있는 ‘물고기카페’가 있다. 장선우감독이 운영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물고기카페는 제주 전통초가를 개조한 분위기가 좋고, 레드브라운에서는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와 홍차를 즐길 수 있다.

동쪽으로 간다면 월정리 해변에 있는 멋진 카페 ‘아일랜드 조르바’를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 가면 그대의 영혼이 자유를 느끼게 될 것이다. 서귀포에서는 이중섭미술관 옆에 있는 ‘미루나무카페’를 추천한다. 오래된 낡은 느낌이 포근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안에는 작은 무인카페가 있는데 김영갑 선생의 작품을 감상한 후 벅찬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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