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서귀포오석학교 상록예술제

   
 
   
 
“어릴 적 배우지 못한 한을 이제야 풀게 됐어요.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기는 만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까 합니다”

30일 서귀포오석학교에서 제34회 상록예술제가 열렸다. 서귀포오석학교 학생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지난 1년간 결실을 보여주는 자리다.

학생들이 직접 빚은 도자기는 물론 다양한 미술과 글짓기 작품이 전시됐고, 40년의 역사를 지닌 오석학교의 발자취도 함께 소개됐다.

사실 오석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배움의 시기를 놓친 이들이 대부분이다. 학생 156명 가운데 40세 이상이 120명이나 된다.

   
 
  ▲ 30일 서귀포오석학교에서 지난 1년간의 결실을 보여주는 제34회 상록예술제가 열렸다.  
 
이중 절반 이상이 한글을 배우기 위해 오석학교를 찾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만학도들이다.

그만큼 이날 전시된 작품에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었고,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들의 눈빛에도 자신감이 가득했다.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장기숙 할머니(66)는 “오석학교는 우리 학생들에게 있어서 등대와 같은 존재”라며 “캄캄한 밤바다에서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학교”라고 밝혔다.

장 할머니는 “그동안 돈을 버느라고 공부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석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평생 가슴속에 담아둔 한을 풀게 됐다”며 “이제는 뉴스가 재밌어지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옥자 할머니(65)는 “주변에는 아직까지도 배우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서 오석학교를 찾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루라도 빨리 배움을 시작해야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고, 자신감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뒤늦게 배움에 뛰어든 이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오석학교에서 헌신적으로 봉사를 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서다.

오석학교 교직원 34명은 지난 1년간 아무런 대가 없이 부모님과 같은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심지어 교직원들은 자발적으로 회비를 거둬 학교 운영비에 보탤 정도로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김승언 교감은 “학교와 멀리 떨어진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교통이나 시간적인 문제로 아직도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읍·면 지역에서도 오석학교와 같은 시설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봉관 교장은 “지난 1년간의 결실을 보여주는 상록예술제에 많은 학생과 가족들이 찾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늦게나마 용기를 갖고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학교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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