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165>제주방언연구회 ‘찾아다니는 방언 답사’

   
 
  ‘찾아다니는 방언 답사’에서 제주방언연구회 회원들이 26일 애월읍 봉성리 봉성노인회관에서 어르신들의 구술을 채록하고 있다.  
 

구성진 가락에 실린 ‘부저리 전설’ 채록
“소멸 위기 언어…일반 도민 관심 절실”

26일 애월읍 봉성리 봉성노인회관이 들썩인다. 한참 귀를 기울여야 할 만큼 질펀한 제주어가 가득이다. 모처럼 찾아온 바깥 손님들의 관심 때문인지 어르신들의 목소리 톤도 높아진다.

제주방언연구회(회장 강정희)의 '찾아다니는 방언 답사'현장이다. 지난 2009년 2월 제주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보존으로 이어가자는 마음들이 모아져 시작된 제주방언연구회는 이후 일 년에 두 차례 현장답사와 학술제를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들 사이로 연구회 김순자 회원이 펴낸 「각각 미녕 싸멍 우린 늙었주」(본보 2월16일자 8면)의 주인공 강자숙 할머니의 얼굴도 보인다.

"신질 못해마씸, 아까웡…" 강 할머니가 어릴 적 처음 검정 고무신이 생겼을 때 일을 회상한다. 제주어로 듣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단순한 말이나 기억 아니라 '제주'가 지나온 역사며 문화로 이어진다.

"이여 이여 이여도 허랑//이여 이여 이여도 허랑//가시오름 강당당칩의//큰아기 상수를 부저리집의//상아덜에 메느리 드난//은방엣귀 아홀비더라//은방엣귀 날 아니 준덜//방엣비사 날 아니주랴//가지 전답 날 아니 준덜//유기 제물 날 아니주랴//이여 이여 이여도라…"

할머니가 기억을 더듬어 풀어내는 노래에선 봉성리에서 전해져내려오는 '부저리 전설'이 녹아 있다.

김순자 회원은 "5년 전에는 총명하게 가사를 모두 기억하고 정말 구성지게 부르셨는데 지금은 숨이 차 힘겨워 하시는 것 같다"며 "할머니 기억 속에도 차츰 노래가 잊혀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채록을 서둘렀다. 이런 작업을 통해 '이런 노래가 있었구나' 후세에 전하고 싶은 간절함과 사명감이 전해진다.

이 날 동행했던 회원들중에는 제주어에 대한 젊은 생각으로 바다를 건넌 이들도 있었다.

고려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신우봉씨(30)는 "제주어가 정말 사라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제주어에 대한 귀한 가치를 알고 보존하는 데 뜻을 모으기 위해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도내에서 제주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신씨와 같이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젊은이들의 존재는 중요하기만 하다.

최근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소멸위기 언어로 등재함에 따라 언론과 학계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 또한 반짝 관심으로 그칠까 염려의 목소리도 잇따른다.

강정희 회장은 "제주어는 한 번 파괴되면 복구 불가능한 생태계나 마찬가지"라며 "지금의 관심이 제주어를 지켜나가는 데 큰 힘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또 "이런 자리들을 통해 연구자들에게는 제주어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알리고 일반 도민들에게는 제주어에 대한 중요성을 깨우치도록 할 것"이라며 "방언연구회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도록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고혜아 기자 kha49@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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