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종(문화활동가)

   
 
   
 
벅수머리, 무성목(武石木), 우성목(偶石木), 백하르방, 옹중석(翁仲石)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제주도 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된 것은? 제주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은 바로 '돌하르방'이다. 20세기 중반에야 붙여진 이름인 '돌하르방'이 이제는 대표적인 명칭으로 자리 잡으며 제주의 대표적 상징물이 되었고, 독특하고, 친근한 조형성 때문에 제주사람은 물론이고, 제주를 찾는 방문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나는 돌하르방을 볼 때마다 영 마뜩찮다. 두루 알다시피 전통적인 돌하르방은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 등 모두 세 종류가 있지만 제주목 돌하르방을 제외한 돌하르방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의현이나 대정현 지역에 새로 세워지는 돌하르방 조형물들조차 제주목 돌하르방 형태를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주목 돌하르방이 건장하고 믿음직하다면, 정의현의 것은 위엄 있는 모습을 하고 있고, 대정현의 것은 귀엽고 익살스러운 조형미를 갖추고 있어 제각기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의현의 현청이 있던 성읍마을에서는 영업집 간판을 조악한 형태의 제주목 돌하르방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스스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을 훼손하는 일이고, 지역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빚는다.

아메리카 원주민 등 토테미즘이 강하게 남아 있는 나라들의 경우, 대부분이 나름의 표상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미지와 조형성을 전승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창조로 나아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제주에 정착해 살면서 늘 머릿속을 맴도는 아쉬움은 제주의 문화와 자연이라는 엄청난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북촌의 '돌하르방 공원'의 발견은 내게 큰 위안이었다. 제주 전통의 돌하르방을 재현함으로써 전통을 보전하려는 의지도 좋았지만 제주 역사 인식을 통해 평화라는 개념을 도출하고, 그에 걸 맞는 해석과 창작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사실 문화유산은 유형, 무형을 떠나 원형을 잘 보존하면서도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심할 나위 없는 문화유산인 김치를 보자. 오늘날 김치의 진화와 다양성 확보는 고추, 고춧가루라는 외래의 문화 접변을 통해 형성된 것이 아니던가.

다만 문화유산의 활용은 보전을 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자칫 원형질이 가지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형질의 우수성을 잘 간직하면서도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문화적 안목과 감각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 학교교육, 사회교육에서 보다 많은 문화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특히 공적 결정에 관여하는 의사 결정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문화와 관광이 매우 중요한 제주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지금종(문화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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