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조류와 전쟁중인 채소재배 농민들

해안지역 꿩·까치 번식 확산 무·양배추·브로콜리 등 피해 막대
농민들 새 내쫓기 위해 반짝이·깡통 설치 효과 없어 속앓이 뿐

"수확을 앞두고 꿩과 까치들이 무와 양배추, 브로콜리 등을 쪼아 먹으면서 피해가 막대합니다. 새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요"

13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공동무세척장. 이곳에서는 밭에서 수확한 무를 세척하고, 비닐포장을 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작업과정에서 무 10개중 한두개는 포장되지 않고 버려지고 있었다.

   
 
  ▲ 애월읍 신엄리 무세척장에서는 꿩과 까치가 쪼아먹어 상처입은 무들이 산적히 쌓이는 등 농가들이 새들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꿩과 까치들이 무를 쪼아 먹으면서 상처가 입어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어지면서 폐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용택 애월농협 무가공출하회장(55)은 "중산간에 살던 꿩이 몇 년전부터 해안지역까지 내려와 번식하고 있고, 까치의 개체수도 크게 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무, 양배추, 브로콜리 등 해안지역 채소재배 농가의 피해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 "무를 수확해 가공하는 과정에서 전체의 15~20%는 조류피해로 폐기되는 등 농민들이 피해가 막심하다"며 "애월지역만 전체 무생산량 20만t 가운데 2~3만t은 꿩과 까치로 인해 피해를 입어 밭에서 갈아엎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도는 지난해 농작물 피해신청 농가가 218가구에 1.72㎢이며, 대부분이 노루이고 새들로 인한 피해는 5%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채소재배 농가들은 농민들은 몇 년전부터 꿩과 까치 등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면서 농작물 피해가 막대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더구나 꿩과 까치들이 조금씩 많은 채소를 쪼아 먹으면서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고, 영악해 포획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 농가들이 꿩과 까치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채소밭에 대나무와 줄로 은박포장지·깡통·병 등을 매달고, 허수아비를 설치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신엄리 지역는 물론 제주지역 모든 채소재배 농가들은 까치와 꿩을 내쫓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신엄지역 채소밭에는 허수아비는 물론 대나무와 줄에 비닐과 깡통, 은박포장지 등을 반짝거리고 소리나는 물건을 매달아 놓은 풍경이 쉽게 목격됐다.

조류들이 빨간색 등 명도와 채도가 강한 색상과 반사되는 빛을 싫어하는 습성을 이용해 농가들이 새를 내쫓기 위해 고육지책을 쓰고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신엄에서 30년 이상 농사를 짓고 있는 강두병씨(59)는 "올해 브로콜리를 재배했는데 꿩과 까치들이 60%정도를 쪼아 먹었다"며 "그나마 무는 땅속에 있지만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지상에 노출돼 있어 새들에 의한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씨는 "예전에는 새들에 의해 농작물 피해가 미미했지만 몇 년전부터는 일년농사를 망칠정도로 피해가 크다"며 "새를 내쫓기 위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밭 주변에 반짝이와 깡통과 병 등을 매달아 놓고, 허수아비도 설치했지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일 뿐 효과는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