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제일교포 양영희 감독 ‘굿바이 평양’ 제주 상영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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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제주도 출신으로 오사카에 사신다. 나는 도쿄에 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세 오빠와 조카들은 지금 평양에 살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휘돌아 잔인한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가족들이 자신들의 출발점인 제주에서 오래 품었던 한숨을 쏟아내고 있다.

제주출신 재일교포 2세 양영희 감독이 만든 ‘굿바이, 평양’이 지난 24일부터 롯데시네마 제주(오전 10시 30분)에서 상영되고 있다.

양 감독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다큐멘터리는 너무도 담담해 더 절절하다

양 감독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다큐멘터리는 너무도 담담해 더 절절하다.

 

어린 시절 세 오빠를 평양으로 떠나보낸 후 30년간 평양과 오사카를 오가며 만남과 이별을 계속해 온 가족들의 사연은 영화였기에 그녀 보다 먼저 이 섬 땅 고향에 왔다.

재일교포인 양 감독은 조총련 간부인 부모님을 두고 조총련계 학교를 다녔다. 녹록치 않은 재일교포의 삶을 살던 그는 1970년대 북한을 낙원으로 생각하고 세 오빠를 북한으로 보낸 부모님, 북한에 사는 오빠들을 뒀다. 북한의 오빠들과 손자들을 위해 30년이 넘도록 평양으로 생필품이 든 소포를 부치는 사정들에서 평양보다 고향이 더 먼 그녀의 ‘지금’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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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이란 시간동안 국경을 넘나든 양 감독의 경험은 ‘이데올로기’라는 딱딱하고 심각한 느낌 대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 간의 이해와 사랑으로 잔잔히 펼쳐진다. ‘낯설고 먼’거리감은 양 감독이 무한한 애정으로 지켜보는 조카 선화를 통해 가까워진다. 이념을 넘어 ‘가족’이다. 밝고 웃음 넘치는, 이름만으로도 늘 그립고 그리운 사람들이 이야기다.

 

가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첫 작품 ‘디어 평양’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2006년 제주 상영에서 도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 양공선씨나 아직도 멀리간 아들들을 그리워 하는 어머니 강정희씨는 제주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연들은 알고 들여다본 스크린 여기저기에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눈물자국이 보인다.

2009년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지난 3일에야 한국에 개봉되면서 눈길을 끌었던 ‘굿바이, 평양’이다. 소규모지만 지방으로 상영관이 확대되고 그 시작점이 제주가 됐다는 것 역시 의미가 크다.

부모님보다 스크린 속 조카가 먼저 찾은 고향 제주에 가 보길 간절히 소망하는 그녀의 바람은 오는 30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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