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봉안식

▲ 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봉안식이 26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봉안관에서 거행돼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4·3 해방불명 유해 396구 26일 4·3평화공원서 장례 마무리
유가족 60여년 한 풀어…우근민 지사 등 주요 인사 참석 위문

"60여년동안 차디찬 땅속에 암매장됐던 4·3희생자들이 양지바른 곳에 봉안됐습니다. 부디 영면하시고 후손들을 살펴주시옵소서"

26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봉안관. 이곳에서는 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에 대한 봉안제와 봉안식이 거행돼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006년 제주시 화북지역을 시작해 2007년 제주국제공항 활주로(당시 정뜨르 비행장) 서북지역, 2008 제주공항 활주로 동북지역, 지난해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4.3행방불명인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396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이중 71구는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제주 4.3희생자유족회(회장 홍성수)는 지난 14일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14일 발인제를 통해 발굴유해에 대한 장례를 시작했고, 25일 봉안제와 봉안식을 거행하면서 마무리했다.

이날 봉안식에는 우근민 제주도지사, 강창일 국회의원, 문대림 도의회 의장, 양성언 제주도교육감, 장정언 4·3평화재단 이사장, 도의원, 4·3단체 관계자, 희생자 유족 등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숙연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 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봉안식이 26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봉안관에서 거행돼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홍성수 유족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오랜 기간 지나서야 4·3 행방불명 희생자들은 봉안관에 안치하게 된 것에 대해 통곡하고, 우리 한이 풀릴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소리내 울고 싶다"며 "비통한 마음을 억누르며 명복을 빌고, 떠나는 길 아들과 딸들을 굽이 살피소서"라고 추모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60여년간 구천을 떠돌며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린 유해들이 이번 봉안식을 통해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며 "4.3의 역사를 가슴에 품고 살아온 유족과 아직도 시신을 수숩못해 통탄의 삶을 살고 있는 유족들에게 깊이 위로한다"고 조사했다.

봉안제와 봉안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드디어 아버지와 남편의 유해를 안치하게 됐다는 다행스러움과 60여년이 흘러서야 장례를 치른다는 미안함이 교차했다.

▲ 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봉안식이 26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봉안관에서 거행돼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특히 62년전 4·3의 광풍으로 남편(진재남 당시 29세)을 잃은 강도화 할머니(89)는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아들 진규일(68) 등 가족과 함께 봉안식에 참석해 남편의 유골함을 바라보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강 할머니는 "남편은 해방으로 일본에서 돌아와 안덕면 상천리장을 했고, 어느날 경찰에 잡혀가 정뜨르 비행장에서 죽임을 당했다"며 "60년이 지나 남편의 유해를 찾아 장례를 치르니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해를 찾지 못한 4.3희생자 유가족들도 봉안식에 참석해 슬픔을 함께 나눴고, 유전자 감식 기술이 발달해 언젠가는 유해를 찾길 기원하는 모습에 주변을 더욱 숙연케 했다.

한편 신원이 확인도지 않은 유해는 확인번호를 붙여 봉안관에 안치됐고, 유전자 샘플을 제주대 의과대학에 보관해 향후에도 신원확인작업이 가능토록 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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