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희생자 위령제 중심으로 4월 한달 동안 진중한 흐름 이어가
제18회 4·3예술제, 기행, 사월굿 등…일본 현지 위령제·학술대회 등

아픔도 무디어 질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진행 중인 제주의 ‘4월’이 돌아왔다. 두꺼운 안개 같은 시류(時流)에 가리워 갇혔던 ‘그날’이 고개를 든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63주기다. 한 꺼풀씩 역사의 그늘을 벗어가는 제주4·3은 매번 아직 가야할 길, 해야 할 일을 묻는다. 그대로 걷는다. 맨몸으로. 이번만은 답을 찾기 위한 길이다. 그렇게 믿고, 그렇게 간다. 혼자라면 외롭고 힘들 길을 이제는 ‘제주’가, 아니 제주4·3을 아는 모두가 함께 간다. 모든 것을 살아내기 위해서다.

 

   
 
  ▲ 4.3 사진전 ‘가메기 모른 시게’ 중. 제주4·3당시 하루 동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조천읍 북촌리와 동복리에서 같은 날 치러지는 제사가 있다. 시대적 그늘로 누구인지 알리지 못한채 조용히 치러지던 제사를 '가메기 모른 시게'라고 불렀다. 탐라사진가협회가 카메라 렌즈에 담아낸 오늘은 집단 학살의 참상을 말없이 보여주며 회복, 평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 ‘움트다만 생명의 봄날’ 제주민예총 제18회 4·3예술제

지난 역사를 온몸으로 기억하고 드러내려 노력했던 예술인들이 ‘4·3’으로 하나가 된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회 제주도지회(지회장 오석훈)의 4·3 63주년 추념 제18회 4·3예술제는 ‘처음처럼’으로 무장했다.

어떻게든 역사 속 상처를 세상에 끄집어내야 한다는 제주 예술인들의 사명감으로 점철됐던 처음처럼 보여주는 이상의 의미로 예술제를 꾸린다.<표 참조>

4월 1일 제주작가회의의 문학제로 시작되는 제18회 4·3예술제는 마지막 4·3 평화마당극제까지 팽팽한 의지와 사명감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예술을 통한 4·3열기를 맨 처음 시도했던 미술제(주관 탐라미술인협회·2일 오전9시~)는 전시 대신 산전제(이덕구 산전)와 ‘4·3과 4·3미술의 미래를 묻다’토론회(명도암 유스호스텔)로 앞으로에 대한 고민과 진정성을 확인한다.

문학제 역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추스르고 한 발 더 내딛기 위한 묵직한 발디딤으로 채워진다.

탐라사진가협의회의 가메기 모른 식게’전(4월 1~5일 도문예회관 2전시실)과 4·3평화음악제(9일 도문예회관 소극장), ‘청소년-지평선-평화’주제의 청소년평화축제(16일 4·3평화공원) 등 제주에서만 무언가 슬픈 이 봄을 이야기한다.

바다 건너에서부터 품어온 평화와 화해에 대한 뜻을 몸짓으로 풀어내는 4·3평화마당극제(4월28~5월1일·도문예회관 소극장 및 놀이마당)는 일반과의 소통으로 그 의미를 더하게 된다.

 

   
 
  ▲ 제주4.3 62주기 추념 사월굿 '백조일손' 중  
 

# 제주4·3, 온몸에 각인하다

63주기를 맞는 제주4·3을 풀어가는 작업은 벌써 시작됐다. 지난 26일 4·3희생자 발굴 유해 봉안식에 이어 종교계가 가장 먼저 운을 뗐다. 본격적인 4·3 63주기 추념 행사는 1일 오전 제주시 신산공원 방사탑에서 열리는 ‘4·3해원방사탑제’다. 이를 시작으로 봇물이 터진 듯 4·3을 기억하고 역사가 던진 숙제를 푸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표 참조>

4·3원혼 천도대제가 1일 제주4·3평화공원과 관음사에서 진행되고, 유족회의 4·3희생자위령제는 2일 도련1동을 시작으로 3일 행원리와 동회천에서 각각 치러진다.

‘다시 보자’는 약속을 담은 4·3 63주기 전야제가 2일 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3일에는 제주4·3평화공원에서 4·3 63주기 추념 4·3위령제가 열린다.

제주4·3을 더듬어 그날을 기억하는 자리는 9일과 10일 일제히 열린다. 전교조 제주지부와 제주작가회의, 주민자치연대, 제주4·3도민연대가 각각 의미를 담아 진행하는 4·3기행행사다. 제주4·3평화재단은 9일부터 10월 1일까지 매주 토요일 4·3역사문화아카데미를 진행한다.

16일에는 바다 건너 일본에서 4·3을 기억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16일에는 도쿄의 4·3을 생각하는 모임이 ‘제주4·3 63주기 추도 집회-평화의 염원을 담아’를, 17일에는 재일본 제주4·3유족회가 ‘4·3 63주기 재일본 제주4·3희생자 위령제’를 연다.

온몸으로 4·3을 쏟아내는 놀이패 한라산의 ‘사월굿-현해탄의 새’가 26일과 27일 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방법을 귀띔한다.

제주4·3연구소는 ‘증언 본풀이 마당’에 이어 29일 네이버후드호텔에서 ‘전국학술대회’를 갖고 제주4·3에 대한 시대적 진정성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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