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명 씻어 여한 없다"
 
○…3일 오전 11시에 열린 제63주년 제주4·3희생자 위령제가 열린 4·3평화공원내 위패봉안실 한쪽에는 4년만에 추가결정된 '4·3희생자'명단이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난 2007년 1월 4·3특별법 개정에 따라 추가 신고가 이뤄진 4·3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4·3중앙위원회의 심의가 4년만인 올해 1월26일에 이뤄지면서, 4·3희생자로 추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심의에서는 그동안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후유장애자 등으로 한정돼 왔던 4·3 희생자 범위가 수형인까지 포함됨에 따라 영문도 모른 채 마포·목포 등 전국 각지 형무소로 끌려가 옥사한 4·3영령들의 원혼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이날 위패봉안실을 찾은 강정숙 할머니(66·이도2동)는 "3년 전에 신청했는데 올해 드디어 희생자로 결정됐다"며 "어디인지도, 영문도 모른 채 육지 형무소로 끌려가 모진 고생 끝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강 할머니는 또 "수십년간 '죄인의 딸'이라는 굴레에 갇혀 멸시를 받으며 살아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아버지의 오명을 씻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정도로 만족한다"며 회한 어린 표정을 보였다. 김봉철 기자
  
60만에 가족 품에 안긴 4·3영령

 
○…제주 4·3 희생자 발굴유해 봉안관에서는 지난달 7일 유전자 검사를 거쳐 신원이 확인된 48구의 희생자 유가족들의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김순희(65) 할머니는 자신이 2살 때 잃어버린 아버지(고 김봉홍)를 찾아 아들, 손자들과 함게 지난 2일 제주를 찾았다.

봉안관 내부에 마련된 차례상에 제를 지내고 봉안실에 모신 아버지의 유해가 모셔진 유골단지를 보면서 김씨는 "아버지를 뵌적은 없지만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다시 찾았다는 소식에 기쁘기도 하지만 서러운 마음이 더욱 크다"며 "평생동안 '아버지'라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기억 속에도 없는 아버지가 다시 살아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4·3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은 4·3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지난 2006년 사업비 38억9000만원을 투입해 1단계 화북지역, 2007·2008년 2단계 제주국제공항 집단매장지, 2010년 3단계 남원읍 태흥리 등의 순으로 진행된 결과 유해 396구를 발굴하고 이 가운데 71구의 신원을 60여년만에 확인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4·3사건 당시 인명피해 추정 규모를 감안할 때 아직도 찾지 못한 희생자 유해가 적지 않아, 추가 유해 발굴 사업이 절실한 실정이다.  한권 기자

   
 
  ▲ 3일 오전 제주4·3공원에서 열린 제63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에서 우근민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주요인사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일본의 책임 통감한다"
 
○…제63주년 제주 4·3희생자 위령제에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일본 오사카에서 4·3위령제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한 고니시 카주하루(전 외교연구소 사무국장)씨를 비롯한 7명의 일본인과 재일동포들이 그 주인공.

대학 강사와 민족학교 교사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이들은 제주 4·3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일본학교 교원으로 있는 강성률(47)씨는 "4·3에 대해 일본인들도 알아야 한다"며 "4·3이 일제강점기 이후의 일이지만 전혀 무관한 사건이 아니며 아시아 평화와 희생된 분들, 그리고 유가족들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원만하게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재일조선인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는 일본인 고니시씨는 "고등학교 시절 동창생 중에 재일동포들이 있어 그들과 그들 부모님들의 고생을 잘 알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었다"며 "4·3에 대해 책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와서 보니 유가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으며, 남북분단을 비롯해 이 모든 책임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돌아가 일본 대학생들에게 이러한 역사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했다.    변지철 기자

   
 
  ▲ 제 63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가 3일 오전 11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가운데 김황식 국무총리가 참석, 4·3영령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헌화와 분향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4·3영령들이 노했나"

○…제63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궂은 비날씩 속에서도 수많은 4·3유족과 도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고 경건하게 봉행됐다.

제주 4·3평화공원 조성에 따라 지난 2004년 이후 평화공원에서 4·3위령제가 진행된 지 8년만에 처음으로 비날씨 속에서 위령제가 열렸다.

이를 두고 일부 4·3유족들은 4·3영령들의 반가운 눈물이라고 하는가 하면, 일부 유족들은 정부의 4·3홀대에 따른 영령들의 한맺힌 눈물이라고 전혀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특히 이날 위령제에서는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가 4·3유족들에게 4·3현안과 관련해 '작은 선물' 정도는 제시할 줄 알았지만 결국 원론적인 입장 말고는 구체적인 '선물'은 내놓지 못한 것도 부정적인 해석에 한 몫.

이에 대해 일부 4·3유족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4·3이 홀대를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냐"며 "그나만 지난 1월 4·3중앙위가 열려 이번 4·3위령제에서 유족들의 바라는 현안을 해결해 줄 것을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김영헌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