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제주 바람카페 대표·제주바람여행자 블로그 운영자

   
 
  이담  
 
대도시 생활을 접고 처음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제주 사람들의 거리 감각이었다. 제주사람들은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엄청나게 먼 거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차를 끌고 가면 불과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신제주와 구제주 사이도 왕래가 많지 않았다. 같은 제주시내의 신제주와 구제주도 그러한데 제주시와 서귀포는 또 얼마나 먼 길인가?
하루에 출퇴근 시간만 두세 시간을 소비하던 도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물론 필자도 이제 제주에 십 년 가까이 살면서 신제주와 구제주가 그리 가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제주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제주사람들은 이런 거리 개념 때문인지 잘 움직이려고 하질 않는다. 모임 약속을 하나 잡으려고 해도 신제주에 사는 사람과 구제주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자기네 집과 가까운 곳에 장소를 잡으려고 서로 넘어오라고 기싸움을 하기 일쑤다. 시내가 아닌 시외에 나가 일을 보려고 하면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출발 전부터 한숨이다. 이러다 보니 자기가 사는 곳 주위를 제외한 다른 곳들은 잘 모르고 알려고도 하질 않는 편이다.

하지만 매일매일을 장거리 출퇴근으로 단련된 도시 출신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도 곳곳을 다니면서 제주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제주도 정보는 웬만한 토박이들보다 오히려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제주사람들의 거리 감각은 육지와는 다르다. 육지에서는 서너시간 운전을 하는 것은 예사로 생각한다. 예전엔 일출이 보고 싶어 한밤 중에 출발해 대여섯시간 운전을 해서 동해바다의 일출을 보고 아침을 먹고 다시 서울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흔했다. 그런데 제주도에선 바다를 보고 싶으면 십여분 정도 나가면 되고, 산을 보고 싶으면 한라산 방향으로 십여분 운전을 하면 된다.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를 보면서 천천히 운전하다 보면 지루한 줄도 모른다.

제주도는 도로망이 지나치게 잘 되어 있고(그럼에도 지금도 도로 공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무척 안타깝다), 교통체증도 없어서 30분 정도만 운전하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편이지만 주요도로는 20분에 한대씩 시외버스가 지나다니니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제주사람들은 잘 안 움직이려고 한다. 멀다고 안 움직이고 날씨가 조금만 안 좋아도 꼼짝하려 한다. 조금만 움직여보면 제주처럼 멋지고 좋은 곳이 없는데!

일단 신제주와 구제주의 거리를 좁혀보자. 가끔은 시내버스를 타고 움직여도 보고 천천히 걸어서 시내를 산책해보자. 요즘 구제주 상권이 죽었다고 한탄을 하는데 이건 다 신제주사람들이 구제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 서귀포에도 넘어가보고 구좌나 고산에도 가보자. 선흘의 곶자왈에도 가보고 송당의 오름에도 올라가보자.

새로 생긴 맛집도 탐방해보고, 옷가게도 구경을 해보자. 
제주에서 태어나서 제주에서 산다고 제주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많이 돌아다녀보고 계절마다의 변화를 직접 몸으로 느껴야 제주를 더 잘 알게 된다. 이제 제주의 머나먼 거리 감각을 좀 좁혀보는 것은 어떨까?

/이담·제주 바람카페 대표·제주바람여행자 블로그 운영자(산천단에서 커피를 볶고 오무라이스를 만들면서 인터넷 제주 바람여행자 블로그를 통해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소식을 외부에 알려주고 있다. 트위터: @yid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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