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상훈  
 
새 봄 기운이 심상치 않다. 공중파 오디션 프로그램에 각종 기획사의 지역 오디션이 잇따르는가 하면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가 잇따라 제주에 상륙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급속도로 세를 확장하는 영상산업의 틈바구니에서 무대 공연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이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18일부터 제29회 전국연극제 제주예선대회를 겸한 제20회 제주연극제가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소극장축제와 함께 지역 연극인들에게는 한해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극단간 선의의 경쟁은 물론이고 끈질기게 지역에 터를 잡고 생명력을 이어가는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를 꾸린지 벌써 20년이 됐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년으로 당당히 자립을 해야 할 시간이지만 지역 연극계는 아직 먼 일인 것 같다.

극단별로 매년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선정하지만 무대를 꾸리는 데는 크고 작은 제약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전업 배우의 부재다. 배우를 '업'으로 하기에 지역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것도 있지만 전반적인 연극 무대 침체는 전업 배우를 키우기에는 한없이 열악하다. 고심 끝에 작품을 선택하고 나서도 배우를 정하고 시간을 맞춰 연습하는 일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빈약한 예산을 쪼개 무대를 만들고 작품을 올리는 것까지가 절반이고, 나머지는 객석의 반응 등 지역 연극에 대한 지역 사회의 관심도가 좌우한다.

흔히들 흥행 연극을 말하는 기준으로 미국의 '브로드웨이'를 거론한다. 브로드웨이를 부각시키는 '주변'에는 상업성 짙은 연극을 반대하며 지역을 중심으로 문학성과 사회성이 있는 작품을 공연하고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던 오프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가 잠시 주춤한 상황을 질타하며 보다 사회 고발적이고 기발한 작품으로 차별화한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가 있다.

지역 연극을 말하며 '브로드웨이 운운'하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겠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배경이다. 브로드웨이에 오프 브로드웨이, 오프오프 브로드웨이가 가능했던 것은 무대 위 배우들의 열정과 그를 지켜보고 응원하며 공감하는 관객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지역 연극은 아직 숨을 쉬고 있다. 늘 도약을 위한 준비 중이다.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태동은 미약하나마 생명력을 품고 있다. 여기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은 관객의 힘이다. 이미 뚜껑이 열렸고, 이제 결과만 남았다. '그 때' '그 순간'을 놓치면 만나기 힘든 연극의 마법은 이제부터다. 중앙 중심의 공연 예술 시장에 '제주 연극'이란 브랜드를 당당히 내밀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상훈 세이레아트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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