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항로 김민수·시바사키 다츠지씨 등 함께 못한 김철의씨 마음 담은 공연
마당극제 인연 최근 3년 4·3작품에 옮겨…희생자 이름 태우는 등 ‘위혼’계획도

   
 
  ▲ 김민수씨(사진 왼쪽)와 시바사키 다츠지씨(29, 사진 오른쪽)  
 
“상실감이나 아픔 같은 것도 면역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국적문제로 세 번째 제주행이 좌절된 극단 항로의 연출가이자 배우 김철의씨(40·극단 메이 대표)를 대신해 제3회 제주4·3평화인권마당극제에 참가한 김민수씨(37·극단 달오름 대표)의 말에 가슴이 묵직해진다.

김씨는 “처음에는 너무 아프고 속이 상해서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두 번째는 ‘슬프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견뎌서 제주에 가자’고 의지를 다졌고, 지금은 언젠가 갈 수 있지 않겠냐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다.


   
 
  ▲ 김철의씨의 편지  
 
29일 늦은 7시30분 제주도문예회관 야외마당에서 펼쳐지는 극단 항로의 ‘뱀의 섬’ 김철의씨의 자리는 김씨의 극단 메이 단원인 시바사키 다츠지씨(29)가 채운다.

공연 준비의 절반 이상 역을 맡았던 시바사키씨지만 ‘뱀의 섬’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딘지 모른 긴장감은 단순히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김철의씨에 대한 미안함과 그가 무대를 빌어 세상에 알리려한 뜻을 대신해야 한다는 사명감 등이 복합된 감정이다.

만약 김철의씨의 제주행이 성사됐다면 아예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시바사키씨는 “(김철의씨가)얼마나 바라고 원했던 무대인지 알고 있다. 서운하거나 아쉬운 마음같은 것은 없다”며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시바사키씨는 지난해도 김철의씨 대신 제주에 와 군벵놀이 등을 통해 4·3현장을 누볐다. ‘4·3마당극제’가 자극제가 돼 최근 3년동안 극단 메이가 펼쳐온 4·3연극에도 함께 했다. 김철의씨는 최근 4·3으로 일본으로 몸을 피한 제주 극단이 재일동포 작가를 만나 4·3을 작품에 담아내는 이야기를 다룬 ‘밤에도 별이 떠 있기 때문에’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 17일 일본 오사카 관음사에서 진행된 현지 4·3위령제 무대에서는 일본어로 극이 전개됐지만 이번은 극의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한국어 대사가 진행된다. 자막도 준비했다.

김민수씨는 “일본에서 4·3을 제대로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더 제주에 오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1만5000여명에 이르는 4·3희생자의 이름을 쓰면서 그 생명의 무게를 새삼 느꼈다”고 귀띔했다. 극의 느낌과 함께 무대를 채울 이 이름들은 이번 마당극제가 끝나면 불에 태울 예정이다.

김민수씨는 “김철의씨가 희생자들의 영혼을 원하는 곳에 돌려보내야 한다며 꼭 이 땅 제주에서 태워주기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김씨 등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놀이패 한라산의 ‘사월굿 현해탄의 새’에서 느낀 전율도 털어놨다.

작품을 구상하고 무대에 올리기 까지 수차례 전화로 논의를 하고 4차례나 대본을 바꾸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에 함께 제주에 온 일본 배우가 먼저 울음을 터트렸다.

김민수씨는 “처음 제주에 오지 못하게 됐을 때 소극장을 빌려 촬영한 화면을 소중하게 써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이런 마음들을 소중히 담아 내년에는 김철의씨와 꼭 함께 무대에 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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