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우리의 미래> <3>7살 수연이의 꿈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황유미 팀장을 비롯한 관계자가 지난 30일 오후 수연이(가명) 집을 찾아 상담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대생 기자
가정해체·생활고 비관·사고 등 하반신 마비 엄마 돌보는 꼬마 가장
어린이날 선물 대신 '가족'희망…간호사 꿈 지켜줄 주변 관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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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 잡고 학교도 가고, 엄마랑…"

7살 수연(가명)이에게 흔히 말하는 미운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7살 맞아?'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갑자기 비어 버린 아빠의 자리에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몹쓸 결정을 해버린 엄마의 장애후유증, 사춘기 언니의 부재까지 이제 7살배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일들이 쓰나미처럼 휩쓸고 가면서 수연이에겐 크고 작은 상처만 남았다.

그래도 아직 어린 마음에 조심스럽게 표현한 스케치북 속 그림 속엔 이번 어린이날 꼭 받고 싶은 선물이 가득이다. 영락없이 7살이다. 행여 엄마가 볼까 슬쩍 표지를 덮고 툴툴 자리를 털고 일어서버리는 것만 빼고는 말이다.

'술을 좋아할 뿐'이라고 믿었던 수연이 아빠는 전형적인 알코올 의존증 증세로 갈등을 겪다 지난 2007년 가족의 곁을 떠나 지금껏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붕어빵을 팔며 간신히 버티던 수연이네는 끝내 '희망'이던 임대 아파트마저 처분했다. 두 아이의 양육과 가장의 역할까지 한꺼번에 떠맡은 수연이 엄마는 지난 2008년 아이들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해버렸다.

수연이 엄마는 운 좋게 목숨을 구했지만 하반신 마비로 지체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자리를 보전하게 됐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인 언니가 마음을 잡지 못하고 집밖으로 나도는 동안 엄마를 돌보는 일은 수연이 몫이 됐다.

어린이집이 끝난 뒤 또래 아이들처럼 바깥에 나가 놀거나 하는 대신 엄마 병수발을 한다. 병원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해 퇴원을 결심한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는 마음에서다.

엄마의 오랜 병원 생활로 친척집에 맡겨진 아이들의 아픔은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깊고 컸다. 귀는 바깥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향해있지만 눈과 손은 엄마 옆에서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웠던 지난 겨울 난방비를 아끼느라 전기장판을 이용하던 엄마가 뜨겁다는 감각을 인지하지 못해 화상을 입은 사실도 수연이가 발견했다. 발바닥과 발뒤꿈치만 치료하는 정도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수연이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다. 엄마는 지금도 욕창으로 몇 번이고 병원신세를 져야 한다. 2년여 고통스런 재활을 견디고 지팡이에 의지해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호전됐다. 그래도 욕창으로 몇 번이고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수연이의 고사리 손은 어지간한 집안일은 척척 해낸다. "엄마만 있으면 된다"고 웃는다. "커서 간호사가 돼서 엄마 꼭 낳게 해 줄게"라며 맞잡은 모녀의 손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어린이재단 제주본부 황유미 팀장은 "수연이나 수연이 엄마 모두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만큼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수연이의 밝은 모습을 지켜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753-3703.    고미 문화부장·고혜아 문화부 기자·김봉철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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