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직후 군·경에 의해 저질러진 소위 '예비검속 학살'사실이 문서로서 확인이 되면서 우리는 또 한번의 충격을 받고 있다. 불법·부당한 주민학살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이뤄졌음을 재확인 할 수 있어서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있었던 제주출신 이도형박사의 엊그제 기자회견은 일찍부터 내외 도민들이 많은 관심을 끌어 왔다. 한국전쟁 당시 예비검속과 관련 미국정부로부 터 입수한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당시 예비검 속의 가장 큰 희생자는 제주도민 들이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관심의 초점은 과연 누가 무었 때문에 그 같은 학살을 저질렀느냐하는 것이었다.

 이씨가 공개한 문서로 제주에서 벌어진 예비검속 학살극의 책임자는 제주지구 CIC 대장이며, 군과 경찰 모두 예비검속자 학살 집행에 동원됐음이 확인되고 있다. 제주주둔 군부대에서 관내 각 경찰서로 발송한 이 공문에는 예비 구속중인 사람들에 대해 총살을 집행하고, 그 결과를 육군정보국 제주지구 CIC대장에게 보고토록 명시되어 있다.우리는 여기서 학살명령자가 누구였는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문서상으로만은 지구정보책임자가 명령자로 되어 있지만 그사실 자체가 상위명령자가 있음을 확인시 켜 주고 있다. 당시 예비검속은 제주지구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로, 각지의 CIC대장들에게 그 상위자가 같은 명령을 시달했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해진다. 실제 본사 4·3취재반의 취재결과로는 당시 국방부장관과 내무장관이 직접 총살명령을 내린 것까지는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확인이 되고 있다. 각료인 국방장관이 명령을 하달했다는 사실 은 또 그 상위자의 재가 또는 명령이 있었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이같은 사실과 추론들은 당시 예비검속 학살이 정부에 의해 저질러 졌으며, 정부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다.

 당시 예비검속에 의해 총살된 희생자들 대부분은 제주4·3에 연루된 도민들이다.
때문에 예비검속 학살의 진상규명과 최종적인 책임자의 규명은 제주4·3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규명과도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관련 문서들이 공개되고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정부 공권력에 의한 대학살들에 대해 정부당국의 석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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