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우리의 미래> <4>효원의 희망의 소리

   
 
  ▲ 선천성 기형으로 인한 난청이었던 효원이는 최근 어린이재단의 도움으로 귓속형 보청기를 지원 받았다. 사진은 심리치료를 받는 모습.  
 
가정해체·선천성 기형 원인 청력 상실 10대 소녀에 귓속형 보청기 지원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제가 다시 들을 수 있게 보청기를 선물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그리고 너무 만나고 싶어요. 제가 발음 연습 더 열심히 해서 멋지게 자기소개 해 볼게요"

'소리'를 찾으면서 자신감을 얻은 효원(가명·12)이는 요즘 하루하루가 신나고 재미있다.

또래 친구와 '노래방'이란 곳도 처음 가보고, 달라지는 모습만큼 집안 분위기도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세상에 이렇게 많은 소리가 있고,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만큼 좋은 일은 없다.

가정해체에 따른 빈자리를 채 추스르기도 전에 효원이는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받는 등 우울한 시간을 혼자 감수해야 했다. '귀머거리 흑돼지'라는 듣기에도 불편한 별명이 효원이의 작은 어깨를 짓눌렀다.

언제부턴가 조금씩 사라진 소리는 효원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자취를 감춰버렸다. 친구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수업을 따라갈 수도 없었다. 좁은 골목에서 차가 오는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해 교통사고를 당할 뻔하거나 운전자에게 막무가내로 야단을 맞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효원이를 살갑게 살펴줄 엄마의 자리는 비었고, 아빠는 증조할머니까지 책임져야할 가장의 역할에 치여 효원이의 상태를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다.

별명에 밀려 이름이 잊혀지는 것처럼 혹시 소리 내는 방법까지 잊어버릴까 효원이의 작은 가슴은 바짝바짝 말라갔다.

뒤늦게 금쪽같은 막내딸의 사정을 안 아빠의 가슴 역시 무너졌다.

효원이는 선천성 기형으로 인한 양측성전음성난청이란 소견을 받았다. 난청을 교정하기 위한 수술은 효원이가 성인이 된 후에야 가능해 그 때까지 효원이는 보청기를 이용해 청력을 보완해야 한다.

하루 14시간을 꼬박 일하고도 아이를 위한 치료비나 의료보장구 구입비를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천적 장애로 치료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청천벽력같은 현실 불구하고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대상 등에서 밀리면서 아빠는 딸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 말고는 할 수 없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어린이재단에 보낸 편지는 효원이 가족에게 봄 햇살이 됐다. 후원자가 연결되며 효원이는 귓속형 보청기 지원을 받았다. 지금은 그 동안 입었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대인기피증세까지 보이며 집안에 틀어박혔던 효원이가 새로 친구를 사귀고 신나게 수다를 떠는 모습은 친구 등 주변에는 '반전'에 가까운 변화다. 지켜져야 할 변화이기도 하다.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황유미 팀장은 "다행히 후원자가 연결돼 보청기 지원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정서 치료와 수술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약간의 관심이 어린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원 문의=753-3703.
△특별취재반=고미 문화부장·고혜아 문화부 기자·김봉철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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