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창간 21주년 기념 ‘제주4·3 보도 기획전’ 27~7월20일
‘침묵의 비극사 입을 열다’에서 ‘화해와 상생’ 긍정의 미래 담아

   
 
   
 
신문은 사회의 무한한 변화 중에서 중요한 것, 인간 생활에 관계있는 것을 선택하고, 수집하고, 기록한다.

심층성·현장성·감성적 소구·정부의 비판과 감시자의 역할에 하나 더 ‘기록성’을 보태 침묵의 역사를 세상에 드러내고 ‘화해와 상생’이라는 시대적 화두로 이어간 것은 신문이어서 가능했고, 또 신문이었기에 의미가 있다.

제주 4·3을 바로 알리고 공론화했으며 살아있는 역사로 지키려는 노력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제민일보(대표이사 진성범)가 창간 21주년을 기념해 4·3평화재단(이사장 장정언)의 후원으로 마련한 ‘제주4·3 보도기획전’이 27일부터 7월 20일까지 4·3평화기념관 예술전시실에서 열린다.

1978년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이 제주4·3 논의의 물꼬를 튼 이후에도 쉽게 열리지 않았던 상처 입은 가슴을 발로 더듬고 헤아려 살피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었다. 누구도 하지 않았던, 아니 할 수 없었던 일을 했다는 것, 외세에 흔들리지 않고 진실을 제대로 알린 일이다.

역사가 차마 감췄던 부분을 끄집어내는 쉽지 않은 작업은 제주 사회의 길고 오랜 성장통이 됐고, 4·3평화공원이라는 기억의 저장소를 만드는 현재에 이르렀다.

‘4·3은 말한다’로 대표되는 제민일보의 제주4·3취재 기록은 ‘집합기억’ 속에서 현재가 관장하는 선별의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묻힐 뻔한 또 다른 ‘역사’다.

4·3 40주년이던 1988년 풍문으로 나돌던 사건의 실체를 찾기 위해 ‘4·3 취재반’을 구성하고, ‘제주4·3’이란 화두를 꺼냈던 일부터 한국 언론사에서는 처음으로 ‘구술’을 중심으로 묻혀진 역사를 찾아내는 ‘채록 취재’의 장을 열었던 ‘4·3은 말한다’, 이후 진행된 정부의 공식 사과와 희생자 명예회복 등 일련의 과정이 한자리에 펼쳐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더 의미가 있다.

현재의 승리자가 반대했거나, 보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과거, ‘망각’이란 그림자로 얼룩졌던 기억이 사진과 활자로 남겨졌다.

역사의 공허함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기록되지 않았던 사람들, 앞으로도 기록되지 않을 사람들을 구원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번 제민일보의 4·3보도기획전은 ‘화해’나 ‘상생’이라는 긍정의 단어에 밀려 느슨해지는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고 진정한 의미의 ‘회복’을 찾아가려는 첫 계단이다.

어느 것 하나 놓을 수 있는 것이 없어 신문을 통해 ‘기록’된 것들을 추리는 작업이 오히려 힘들었다.

그렇게 다시 세상과 만나는 50여점의 기록은 ‘승리’하지 못했기에 역사에 기록조차 되지 않았던 사람들, 그래서 망각을 강요당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다음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현재다. 앞으로 다시금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하는 미래를 향한 약속이다.

전시 개막은 6월 1일 오전 10시. 전시문의=710-3111(제민일보),710-8461(4·3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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