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은,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해야 하고, 퇴직금 제도를 설정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계속 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는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된 후에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속연수에 따라 산정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예가 많지만, 요즘에는 이른바 연봉제로 임금을 정하여 놓고 매월 지급되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그러한 약정은 과연 적법한 효력이 있을까?

다음 사례는 실제로 문제가 되었던 사건에 관한 것이다.

사용자 A는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월 지급하는 임금을 일급 7만원으로 하되, 이 일급은 노임 6만4600원, 퇴직적립금 5400원으로 하고, 근로자들은 위 퇴직적립금을 매월 임금지급일에 수령함에 동의하며 이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였다. A는 이와 함께 근로자들로부터 '매월 급여 수령시 퇴직금을 정산해 지급받기를 희망하며 퇴직시 회사에 퇴직금에 관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으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받았다.

이에 따라 A는 노임과 퇴직적립금을 구분하여 기재한 노무비 명세서를 근로자들에게 교부하면서 같은 명목의 돈을 매월 급여로 지급하였다.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하여 법원은, 퇴직금이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원칙으로 퇴직금 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해도 그것은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와 같이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은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퇴직금의 지급을 보장한 강행법규에 위반해 무효이다.

위 사례의 경우는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장래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미리 제출받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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