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보도기획전에서 1 홍성수 제주4·3유족회장
“제주4·3 관련한 지난 과정 한 호흡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큰 의미”
전시 한번으로 60여년 담기에는 부족…꾸준히 4·3 알려야 주문도
제민일보 창간 21주년 기념 ‘제주4·3보도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만난 홍성수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64)의 눈빛이 흔들린다.
제주4·3만큼이나 나이를 먹어버린 지금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기 때문이리라. 몇 번이고 발을 멈추고 사진을 살피고 기억을 더듬는 홍 회장의 뒤를 말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입을 뗀 홍 회장은 “고맙다”는 말로 보도기획전에 대한 감흥을 대신했다.
더 어떤 말이 필요했을까. “좀 더…”라고 흐려진 말끝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숙제처럼 느껴졌다.
홍 회장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며 “유족들끼리 앉아 얘기를 하면서도 듬성듬성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렇게 지난 과정들을 한 호흡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족회 창립 등 일련의 과정들은 말로는 다 할 수 없다고 했다. 현판식 모습을 담은 사진 앞에서 홍 회장이 한참이나 멈춰 섰다. “그 때는 그 것만으로도 큰 일이었다”며 다시 입을 다문다. 표정만으로도 그 간 힘들었던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왔음이 짐작된다.
홍 회장은 “첫 전시에 60여년의 시간을 다 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래도 많이 모자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매년 꾸준히 기획보도전을 열어 제주 밖 사람들과 다음 세대인 학생들에게 제주4·3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홍 회장은 “제주4·3이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불편한 기억이고 이해하기 힘든 사실”이라며 “있는 그대로를 실은 신문 등 보도 자료는 진정한 의미의 4·3교육 자료이자 정신을 고취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또 “제민일보가 가지고 있는 4·3관련 보도기획만 전시를 해도 내가 죽을 때까지 다 보지 못할 만큼 많다고 알고 있다”며 “달력에 있는 4월이 아니라 제주의 의미있는 ‘4월”을 이렇게라도 남겨야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미리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대답은 정해져 있다. ‘부족하다’는 따끔한 질책에 고개를 숙이고 다음을 준비할 각오도 돼 있다. 홍 회장의 당부 역시 다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홍 회장은 “도민들이 먼저 전시 공간을 찾아 제주4·3을 바로 알 필요가 있다”며 “제주4·3의 명예 회복에 노력해준 제민일보의 역할 역시 보다 크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