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4·3보도기획전에서 2 . 김두연 제주4·3유족회 직전회장

"63년 과정 담기에 51점은 아직 부족해"…살아있는 기억 장치 역할 주문
끈질기게 제주4·3 지켜가는 신문의 역할 중요·기록으로 가치 평가 받아야

   
 
   
 
잘 낳지 않는 상처 마냥 몇 번이고 굳은살을 벗겨내도 흉터가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된 흉터의 불편한 느낌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질 줄 모른다. 아니 사라질 수가 없다. 의식하지 않아도 아릿한 동통이 여전하다.

63년 흘러간 것은 시간뿐이다. 아직 남아있는 기억은 그날의 아픔과 여전한 슬픔을 말한다. 제민일보가 창간 21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제주4·3보도기획전'에 유난히 짙고 긴 그림자를 남긴 김두연 제주4·3유족회 직전회장은 온몸으로 그 모든 것을 보여줬다.

"그 때는…". 무겁게 입을 뗀 김 직전회장은 하려던 말을 서둘러 담고는 대뜸 "너무 늦었다"며 따끔한 질책을 쏟아냈다. 그동안 수차례 보도기획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까닭에 눈  앞에 펼쳐진 것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몇 번이고 전시장을 돌고 또 돌며 김 직전회장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그동안 유족회가 해왔던 걸음이며, 제민일보가 세상에 끄집어낸 많은 사실들이 그렇게 많은데 고작 51점의 전시물로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하는 가장 아픈 지적이다. 그러나 이내 "꿈이 이뤄진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내년에는 꼭 더 많은 4·3을 담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전시장을 도는 동안 다양한 감성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씁쓸한 듯하다 가도 이내 지난 기억을 끄집어내며 반가워하기도 하고, 성에 차지 않는 부분에서는 혀를 찬다. 그래도 끝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저 뒤를 따라 나선 기자의 손을 잡고 "애썼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직전회장은 유족회의 이름에서 '사건'이란 이름을 떼 낸 장본인이다. 아직도 다 통일되지 않은 '제주4·3'이란 용어에 있어 제민일보와 유족회는 "무고한 도민이 희생당한 아픔을 사건이라 치부할 수 없다" 고집스레 뜻을 맞추고 있다.

4·3 60주년을 치러냈던 장본인으로 전국 형무소 옛터 및 학살터 현장 24곳에서 행방불명됐던 4320구의 영령을 모셨던 김 직전회장은 이번 보도기획전 역시 제주4·3을 기억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기를 희망했다.

김 직전회장은 "전국 형무소 등에 표석을 세우고 행불인 유해를 발굴하고, 순수하게 유족회의 힘으로 4·3해원방사탑을 쌓고, 또 타임캡슐을 만든 것은 잊지 않기 위함"이라며 "제민일보가 끈질기게 제주4·3을 지켜가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자리를 통해 알리고 또 기록으로 그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직전회장은 "유족들에게도 이런 자리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누군가는 알고 있고, 또 있는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는 신문의 역할에 보다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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