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라라 그랑프리 대회서 자유형 100m ·400m 연속 우승

'마린보이' 박태환(22 ·단국대)이 생애 처음으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를 잡았다.

박태환은 1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조지 F. 헤인즈 국제수영센터에서 열린 산타클라라 그랑프리 국제대회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8초92로 터치패드를 찍어 펠프스(49초61, 2위)보다 0.69초 빠른 기록으로 우승했다.

다음달 24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1 FINA(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실전 감각 조율을 위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 박태환은 주종목이 아닌 100m에서 우승하며 지난 5개월간의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끌어올린 스피드를 제대로 과시,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태환은 7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200m와 400m에만 출전할 계획이다.

특히 박태환이 펠프스와 레이스를 펼쳐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태환은 2007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07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처음으로 펠프스와 정면 승부를 벌였다. 당시 펠프스가 금메달을, 박태환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200m 결선에서도 펠프스와 다시 만났으나 당시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운 펠프스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펠프스는 단체전을 포함해 올림픽 8관왕 위업을 달성한 바 있다.

이날 박태환이 세운 기록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 48초70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예선에서 50초60을 기록하며 전체 7위로 결선에 올랐던 펠프스는 결선에서도 박태환을 따라잡지 못했다. 펠프스의 개인 최고 기록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작성한 47초51이다.

그레엄 무어(미국)는 예선에서 49초60을 기록, 예선 기록 50초00을 써낸 박태환(예선 2위)을 밀어내고 전체 1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본 무대에서는 49초70으로 3위에 머물렀다.

박태환의 전담 지도자 마이클 볼 코치는 경기 후 "49초대 초반 기록을 생각했는데 스피드가 아주 좋았다. 턴 동작이 약간 불안정했지만 대체로 훌륭했다. 중요한 것은 펠프스를 처음 이겼다는 자신감"이라며 흡족해했다.

박태환은 이어 벌어진 자신의 주종목 자유형 400m 결승에서도 3분44초99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갈아치운 자신의 한국 기록(3분41초53)에는 3초 가량 뒤진 기록이었지만 박태환에 이어 터치패드를 찍은 캐나다 국가대표 라이언 코크런(4분50초05)을 5초 이상 앞서며 독주, 여유있는 우승을 챙겼다.

첫 50m 구간에서는 26초31로, 호주 국가대표인 라이언 나폴레옹(26초20)에 근소하게 뒤졌던 박태환은 첫 번째 턴 직후 곧장 선두로 나서 마지막 터치패드를 찍을 때까지 1위를 지켰다. 특히 박태환은 100∼150m 구간(29초09)을 제외하고는 매 구간 50m 랩타임(lap time)을 꾸준하게 28초대로 유지했다.

볼 코치의 지시대로 였다. 이번 대회가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구간 스피드 조절 연습을 위한 훈련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볼 코치는 박태환에게 구간별 기록을 정해주며 "기록에 욕심내지 말고 정해진 기록 대로만 페이스를 가져가라"고 당부했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경쟁자들에게 현재의 페이스를 노출하지 않고 경기 운영 능력만을 점검하고자 하는 볼 코치의 특별 지시였다.

한편 대회 첫 날 '2관왕' 상승세를 탄 박태환은 19일 자유형 200m, 50m에 출전하며 대회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개인혼영 200m에 나선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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