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제주4·3연구소 '4·3과 길 순례'

   
 
  ▲ ㈔제주4·3연구소의 '역사의 길·평화의 길-4·3과 길' 첫 순례길이 19일 외도 월대와 내도 도근동, 도평, 해안, 붉은덩어리, 축산마을 길에서 진행, 참가자들이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4·3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 권 기자  
 
19일 ㈔제주4·3연구소 '역사의 길, 평화의 길-4·3과 길' 첫 순례 진행
제주 1년차, 관광객 등 의미있는 참가…직접 걸으며 살아있는 역사 기억
 

1948년 5월10일 남한단독선거에 반대하며 산으로 올라갔던 사람들의 결연한 마음을 미리 알았던 하늘이 먼저 부슬부슬 비를 뿌렸다.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는 살아있는 역사로 오늘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과도 같았다.

19일 ㈔제주4·3연구소의 '역사의 길·평화의 길-4·3과 길' 그 첫 동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5·10 대동(大動)의 길-한라산 자락 백성들 그 첫 번째'란 부제를 단 첫 순례길에는 4·3연구소 관계자를 비롯해 도민 등 30여명이 함께 했다.

그 때 하나의 온전한 나라를 희망했던 외도·내도·도평·해안마을 사람들이 걸었던 외도 월대와 내도 도근동, 도평, 해안, 붉은덩어리, 축산마을 길이다. 순례를 시작한다는 설렘도 잠시,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말이 사라졌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숙연한 분위기에 휴대전화 전원까지 슬쩍 끈다.

순례 안내역을 맡은 최상돈 음악활동가는 출발부터 "이 행사는 현장에서 참가자 스스로 4·3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순례길"이라며 "잊혀지는 역사가 아닌 제주 안에서 살아 숨쉬는 역사로 기억하고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을 발로 살피며 4·3노래를 만들고 또 불러왔던 그의 목소리에 참가자들이 하나가 된다.

이날 순례길은 제주4·3을 알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들이 보태져 그 의미를 더했다. 

제주로 전입한 지 1년이 채 안됐다는 중년의 부부는 마치 그날 현장에 있는 듯 손을 꼭 잡고 시간을 거슬러 역사 속을 걸었다.

조선옥씨(53·여)는 "제주 도민이 된 이상 제주역사의 가장 큰 아픔인 4·3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참가하게 됐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그 아픔이 큰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조씨는 또 "역사의 진실이 담긴 길을 걷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매우 뜻 깊다"며 "길을 걷는 동안만이라도 4·3의 아픔을 진심으로 나누며 무고하게 희생되신 분들을 위해 기도드리겠다"고 서둘러 목소리를 낮췄다.

제주 여행 중 무작정 순례에 참가했다는 박보람씨(29·서울)에게도 이 길은 남다른 추억으로 남았다.

박씨는 "자료 등을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눈으로 확인하니 그 느낌이 새롭다"며 "화려한 자연경관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올레길 만이 아닌 역사의 진실이 담긴 이러한 순례길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창후 4·3연구소장은 "앞으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러다 보니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는 역사의 흔적을 더듬는 여정이 계속 될 것"이라며 "단순히 길을 걷는 것이 아닌 순례길을 통해 소통과 나눔을 나누고, 평화를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주4·3연구소의 '역사의 길·평화의 길-4·3과 길'은 11월까지 매월 셋째주 일요일 진행된다.
문의=756-4325.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