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해군기지 건설예정지 강정마을을 가다
'해군기지 결대반대' 깃발 이젠 해어져 '해결'만 남아

   
 
  해군기지가 들어서기로 결정된 강정마을에 세워진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모진 바람에 해어져 ‘해결’이란 글자만 남아 있다.  
 
조용한 시골 농·어촌 마을 강정. 강정마을은 물이 좋기로 이름난 곳이다. 이맘때면 바다에서 올라온 은어들은 제법 살이 올라 통통해진다.

평화롭기만 하던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기로 결정된 지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4년이 넘도록 강정마을엔 '평화'보다는 '투쟁'과 '반목'만 남아있다.

20일 강정마을을 찾았다. 강정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언제 세워놓았는지 모를 정도로 낡고 해진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고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해군기지 결대반대' 깃발을 집집마다 내걸었다.

하지만 현재 '해군기지 결대반대' 깃발은 모진 바람에 해어져 '해결'이란 글자만 남았다.

또한 마을 곳곳엔 새로운 '해군기지 건설 반대'와 '강정마을을 지키자' '강정아 사랑해' 등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강모씨는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다 낡도록 아무도 주민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그나마 깃발이 다 닳아 없어지기 전에 강정 주민의 속내를 알아주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정마을 주민과 전국 시민활동가 등이 매일 모이는 강정마을 중덕해안가엔 이날도 학생과 시민활동가, 강정주민들이 올레꾼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전했다. 이 곳에선 최근 각종 문화행사도 마련, 올레꾼과 마을 주민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강정주민과 시민활동가 등은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 20일 오후 3시30분께 강정해군기지 건설현장 해상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해군기지 시공업체인 삼성물산측은 20일 오후 3시 30분께 강정마을 중덕앞바다에 준설작업을 위해 예인선 1척과 바지선 1척을 투입했다.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활동가 등이 해상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바지선 위로 오르려던 시민활동가 송모씨가 바지선 아래로 추락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삼성물산측이 바지선을 띄워 준설작업에 나서자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활동가 등은 보트를 이용해 바지선에 올라 일방적인 사업추진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또 시민활동가 송씨는 바지선에서 육지까지 200m에 이르는 거리를 수영으로 건너가 항의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강정주민 K씨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 강정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정마을회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주민 의사를 민주적인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여 수많은 갈등을 만들어낸 해군기지 사업이 주민을 죽음의 문턱을 넘도록 했다"며 "잘 못 끼워진 단추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무마될 것이라는 안일무사한 정부와 도정의 태도가 참상을 일으킬 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면 일시중지 후 다시 재개할 명분이 왜 없겠느냐"며 "총리 스스로 제주해군기지는 명분이 없는 사업임을 시인 한 꼴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중단하지 않는 태도가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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