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신성희

강아지 똥은 '똥'입니다. 똥은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하찮은 존재로 여겨집니다. 그걸 날아가던 참새가 확인시켜 줍니다. 하지만 누구나 이 세상에서 의미 있고 귀한 존재로 인정받길 원합니다. 그래서 강아지 똥은 서럽습니다. 소달구지에서 떨어져 속상해 있던 흙덩이가 강아지 똥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지만 곧 미안한 마음에 자기의 잘못을 털어 놓습니다. 가뭄에 아기고추를 죽인 자신이 더 흉측하고 더럽다고.

작가의 삶에서 보여줬던 뭍 생명에 대한 애틋한 애정과 연민이 이 부분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작가는 진짜 '더럽고 흉측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흉하고 냄새나는 것이 아닌 생명을 다치게 하고 죽이는 것이 더 더럽고 흉측한 것은 아니냐고.

흙덩이가 가고 강아지 똥은 깊은 잠에 빠집니다.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봄이 오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던 어미 닭과 병아리들에게 강아지 똥은 먹을 것 없는 존재일 뿐입니다. 강아지 똥은 찌꺼기라서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닌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다시 좌절 할 수밖에 없는 강아지 똥 앞에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가 나타납니다. 자신도 별처럼 빛나고 꽃처럼 예쁜 존재이길 바라던 강아지 똥에게 민들레는 희망의 말을 건넵니다.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강아지 똥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고, 골목길 담 밑 구석에서 한 송이 민들레꽃으로 피어납니다.
강아지 똥은 마침내 꿈을 이룹니다. 가장 더럽고 하찮은 존재인 똥이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 것입니다. 작가는 똥이 꽃이 되는 너무도 당연한 자연의 이치를 통해 똥이 꽃이고 꽃이 똥임을 말합니다. 화려하고 멋진 것만이 인정받는 물질문명사회에서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없어선 안 될 그 많은 존귀한 것들의 가치를 새삼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가 그의 다른 책에서 다뤘던 몽실언니, 깜둥 바가지, 똘배 같은 존재들처럼.
그리고 이 세상 존재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많이 의지하고 또 연결되어 있는 존재인가를 보여줍니다.

어린이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꿈을, 상상력을, 자유를 그리고 미래를 죽이는 이 사회에서 아이들을 살리는 일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운 꽃을 그리고 꿈을 피우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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