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3세 이상 남성 청소년 동반 안돼…그룹홈 형태 가족쉼터 절실
자산·신상정보 확인·5년간 보관 동의 요구 “행정편의적 발상”지적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인 사회적 장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지만 제주 사정은 더디기만 하다.

현재 제주 산남·북에 가정폭력여성들을 위한 쉼터와 제주시에 결혼이주여성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시설 모두에 적용되는 기준이 다름 아닌 ‘만13세 이상 남성’을 동반할 수 없는 규정이다. 그 동안 암묵적으로 편의를 봐주기도 했지만 지원 예산 등을 감안할 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쉼터 입소자 1인당 1일 생계비는 평균 4300원 수준이고 1달 피복비(옷)는 1만2000원이다. 청소년 입소자는 전학 등이 필요하지만 이들 예산으로는 새 교복을 마련하는 일조차도 불가능하다.

입소 대상에서 제외되는 13세 이상 남성 청소년에게는 아예 이들 예산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운영 등의 문제로 별도 관리를 선택 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구제 대신 계속해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을 선택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문제 해결을 위해 주거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재 서울·부산·인천·원주·청주 등 5개 지역에 한정돼 있다. 그룹홈 형태의 가족쉼터 운영은 그러나 ‘임대료 확보’라는 큰 걸림돌이 있다. 현재 쉼터 운영에 있어 운영비 등에는 예산이 지원되지만 임대료는 지원 대상이 포함되지 않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힘들 게 하는 것은 이뿐 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사회복지통합관리망 '행복e음'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들 폭력 피해자들의 자산정보와 신상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쉼터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번호 등을 정부전산망에 입력해야 하고, 이 기록이 5년간 정부전산망에 보관된다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또한 지원받으려면 개인자산 조회에도 동의해야 한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지원은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일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부에 노출이 안 된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운영과 관련한 내용이 쉼터에서 자치단체에 보고되는 등의 과정을 감안할 때 생존의 위협을 피해 삶터를 나온 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것과는 괴리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는 “가족쉼터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예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라며 “지원 예산이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신상 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까지 보태지면서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구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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