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현대미술관 강권용

   
 
  ▲ 강권용  
 
박물관과 미술관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시물, 전시 공간, 전시 방법 등 여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박물관은 정보의 공간이고 미술관은 사유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박물관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기승전결의 공간 배치를 통해 여러 유물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보여준다. 그래서 기획자가 의도한 대로 관람객은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반면 미술관은 커다란 해류가 각각의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와 같다. 전시 주제라는 공통의 흐름이 있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가 더욱 크다 하겠다.

그래서 미술관은 어렵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다보니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 골똘히 상상을 하게 된다. 이게 대부분의 관람객이 갖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앞에도 얘기했듯이 작품은 내가 소화하는 것이다. 문학이나 미술, 음악 등 예술이란 것은 결국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감정의 소화과정이다. 그러니 미술품을 보면서 너무 이성적 판단을 하지 말고 자신의 기분에 취해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들과 함께 미술에 취할 수 있는 전시를 하나 소개해 보고자 한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지금 진행하는 '이와사키 치히로'전은 작가에 대한 배경 지식과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 보다는 순수한 아이의 눈만 있으면 되는 전시이다. 아이를 소재로 하다보니 어찌 보면 어른들이 잃어버린 어릴 적 맑고 순수한 세계를 찾아가는 어른을 위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혹시 세상의 때가 너무 많이 묻어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추천하고 싶다. 이 전시를 보면서 자신이 맑아진다는 걸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사키 치히로'는 후쿠이현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어린이를 주제로 그림과 글을 쓴 일본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이다. 그녀의 그림은 서양의 수채화와 동양 수묵화의 번짐 효과를 잘 조화시켜 독특한 그림을 보여준다. 초기의 작품이 윤곽과 색채가 뚜렷했다면 후기의 작품은 수채화의 번지기, 농담 기법이 잘 드러난다.

'이와사키 치히로'전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바로 그녀가 한 평생 평화를 기원하며 어린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 일본에서 태어나 청춘 시절 전쟁을 겪어야 했던 그녀는 그림을 통해 작은 생명의 빛을 꾸준히 담아내면서 평화의 소중함을 전달하고자 했다. 소수가 일으킨 전쟁에서 피해자의 대부분은 어린이와 여자들이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며 평화의 섬 제주가 갖는 아픔이기도 하다.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많은 지식과 정보가 아닌 어린이의 마음이며 순수함일 것이다. 

고단한 삶에 지루한 장마와 더위가 더해져 짜증나게 한다면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찾아가 보자! 그리고 자녀와 손잡고 간다면 더욱 뜻 깊은 나들이가 될 것이다.  <강권용·제주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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