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공장 위패 옮긴 후 2년만에 치러져…"희망·상생 새 역사로 거듭나야"

▲ 제10회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진혼제가 지난 9일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희생자 개인 표석 앞에서 4·3유족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한 권 기자
해마다 4월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제주4·3위령제의 그늘 속에서 말없이 역사를 지키던 자리가 있었다.

제주 4·3이 한창이던 1949년 봄 피난입산자 가운데 살아남은 주민들이 대거 수용됐던 옛 주정공장터다. 2009년까지 9차례나 4·3행방불명인진혼제가 열렸던 그 곳은 지금 공원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주정공장에 모셨던 행불희생자 위패는 제주4·3평화공원 내에 모셔졌다.

이후 개인 표석 설치 작업 등의 이유로 꼬박 2년여 동안 숨을 죽였던 진혼제가 다시 치러졌다.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암울했던 역사의 소용돌이에 목숨을 잃고도 제대로 기억되지 않았던 4·3행불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자리다.

제10회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진혼제가 지난 9일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희생자 개인 표석 앞에서 장정언 4·3평화재단이사장을 비롯해 홍성수 4·3희생자유족회장, 이중흥 4·3행방불명희생자 표석설치 추진위원장, 제주도의회 오영훈·신관홍·윤춘광·이석문 의원, 양조훈 전 제주도환경부지사, 4·3유족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홍성수 4·3희생자유족회장은 진혼사를 통해 "뼈라도 고향에 묻고 싶은 것이 사람의 도리인데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영령들을 떠올리면 안타까움과 분통을 금할 수 없다"며 "제주4·3이 더 이상 비극과 죽임의 역사가 아니라 희망과 상생의 새 역사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도사를 한 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도 "낯선 땅에서 불귀의 객이 돼버린 희생자는 육신조차 가족의 품에 돌아가지 못했고, 유족들은 죄스러운 마음을 안고 오랜 세월 살아왔다"며 "4·3평화공원에 행방불명희생자 개인표석을 설치하고 이렇게 진혼제를 봉행함으로써 희생자 영령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중흥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표석설치 추진위원장은 "그동안 진혼제는 제주주정공장 터에서 열렸었지만 평화공원 표석 설치에 맞춰 이곳에서 처음 치르게 됐다"며 "2년여의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유족이 없는 행방불명희생자의 영령들까지 앞으로는 이곳에서 모두 봉행하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감격해 했다.

한편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표석설치 추진위는 지난 2009년 10월 제주4·3평화공원에 제주4·3행방불명자 표석설치 준공식을 여는 등 지금까지 전국 형무소 및 학살터 등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행방불명인 3692명의 개인표석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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