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독립영화공동체상영계모임, 13일 퀴어영화 ‘종로의 기적’상영회
상영가격에 적극 대응 위한 작은 움직임 눈길…교육문화카페 자람

제주에 ‘기적’이 일어났다. 바다를 갈라 길을 내거나 평생 암흑 속에 있다 갑자기 눈을 뜨는 그런 거창한 것도, 신(神)이 등장하는 그런 것도 아니다. 어쩐 일인지 바다를 건너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웠던 독립영화가 제주에 온다. 온전히 ‘관객’의 힘으로 이루는 일이다.

‘제주 독립영화 공동체상영 계모임(이후 계모임)’이 결성 후 첫 성과를 내놓는다.

13일 교육문화카페 ‘자람’에서 열리는 퀴어 영화 ‘종로의 기적’(감독 이혁상)상영회다.

2010년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된 ‘종로의 기적’은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PIFF메세나상을 수상했고, 인디다큐페스티벌, 서울독립영화제 등 각종 인권영화제에 두루 초청된 작품이다.

지난 6월 2일 개봉했으니 벌써 상영 한 달째. 관객들의 자발적 참여로 상영관을 확대하고 있지만 제주까지는 그 흐름이 전해지지 않은 상태다.

꼭 ‘종로의 기적’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놓쳐서, 또 못 봐서 아쉬운 영화들을 ‘공동체상영’형식으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맞아 떨어졌다. 두 가지 모두 색다른 시도라는 점 역시 일맥상통한다.

‘종로의 기적’은 성소수자들의 삶을 진실 되고 유쾌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로 종로구 낙원동에서 만난 네 명의 게이들의 이야기이다.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큰 소리 한번 치지 못하는 소심한 게이 감독 준문, 세상을 바꾸기 위해 오늘도 바삐 움직이는 열혈 인권 운동가 병권, 노래와 춤 그리고 친구들을 통해 자기안의 끼를 발견해나가는 쑥맥 시골게이 영수, 사랑스러운 애인과 함께 선구적 사랑을 실천하는 로맨티스트 욜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를 담았다.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게이들이 주는 신선함과 그들의 당당함에 115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나기 위한 ‘계모임’ 역시 제주에서는 첫 시도다. 현재 25명이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식 상영관을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기준 관객과 상영 횟수에 따라 달라지는 상영가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만큼은 기대가 된다. 다음 영화부터는 계원들의 의견을 수용해 선정할 예정이다.

영화를 감상하는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상영 당일 1만원을 들고 늦은 7시 30분까지 교육문화카페 자람을 찾아가면 된다. 장소가 좁은 관계로 참석 인원이 50명이 넘을 경우 등록 순으로 입장을 제한할 예정이다.

이번 상영회를 주도하고 있는 정다움씨는 “개봉관들의 사정으로 좋은 독립영화를 놓치는 아쉬움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계모임’이 결성됐다”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좋은 독립영화를 응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모임 및 영화 상영 문의=010-5519-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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