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남원·표선 대상 ‘하트 앤 하트’프로그램
조손·한부모 가정 내 소통·사회성 형성 등 지지 호응 얻어

‘누구도 자신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배신감에 마음의 문을 걸어 닫았던 정아(가명·13)와 미선이(〃·12)가 꾹꾹 속마음을 써내려간다. 힘겹게 열린 가슴에서는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아픈 기억이 쏟아진다. 끝내 말문까지 연 아이들의 표정은 한껏 쏟아낸 감정만큼 가벼워진다.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소장 강철남)가 7·8월 여름방학에 맞춰 남원과 표선지역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래놀이치료 ‘하트 앤 하트’프로그램에서의 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안기획사업인 ‘Happy-i 서포터즈’프로그램 일환인 ‘하트 앤 하트’는 가족해체로 조부모에게 맡겨지거나 한부모 가정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역 어린이·청소년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시작됐다.

모래 장난에서는 일찍 손을 뗐음직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까지 특수 모래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쌓아올리고 또 허물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간다. 한참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과 엇나가 맘 고생했던 할머니·할아버지와 어머니·아버지 역시 아이들을 읽는 법을 익힌다.

이들 지역의 위탁가정과 한부모·조손 가정은 119세대·155명이다. 이중 위탁가정은 32세대·41명, 한부모 가정은 87세대·114명에 이른다.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교육이나 문화적 환경 빈약에 따른 소외감은 계속된 누적으로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양창근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대외협력팀장은 “남원·표선지역은 도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손·한부모 가정 비율이 높지만 이들을 지원할 프로그램이 활발하지 못했다”며 “전문가를 통해 마음을 여는 법에서부터 사회성을 형성하고 조율을 통해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방법까지 제공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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