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마을·성터 등 도내 597곳 달해
찾는 발길 늘지만 유족회 중심 정비 고작

 

▲ 지난 6월말 대전 골령골 위령비 주위에 폐농기구 등이 버려져 있어 위령제를 올리려던 유족들이 곤욕을 치렀다.

 

63주년 '제주4·3'의 역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령제 등 행사가 집중된 4월에만 반짝 관심이 모아질 뿐 유적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주4·3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교육 등을 통해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유족회 등에 따르면 도내 파악된 4·3유적지는 △잃어버린 마을 108곳 △희생터 154곳 △4·3성터 65곳 등을 포함 597곳에 이른다.

유족회를 중심으로 한 계속적인 요청으로 잃어버린 마을 등 일부에 안내판이 설치됐지만 관리 소홀로 훼손된 데다 일부 유적지는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흔적을 찾는 일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제주4·3이 알려지면서 순례·답사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유족회를 중심으로 정비를 한다고 하지만 이들 지역 모두를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제주 올레가 열리고 곶자왈 등을 중심으로 한 생태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인근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제주4·3'의 의미마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체계적인 정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4·3유족회 청년회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형이 험해 접근이 어렵고 일부는 접근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사정과 달리 도는 올해 4·3유적지 안내표지판 설치사업 관련 예산을 추경에야 간신히 확보했다. 이마저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 '성산포 터진목' '선흘리 낙선동 4·3성' '모슬포 섯알오름(학살터)' 등 4개 유적지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유적지'라는 이름으로 분류·조사가 이뤄진 도내 사정과 달리 대전 골령골과 목포 옛 형무소터 등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으면서 해당 자치단체나 개인 소유주들의 개발 논리에 상처받고 있다.

유족회 관계자는 "말로는 '제주4·3'의 역사적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하면서 실제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제주올레가 열리면서 4·3유적지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제대로 정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감추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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