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같이 휴가를 가자는 제안에 후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돌아오는 추석에 싫은 소리 듣지 않으려면  여름에는 개미처럼 공무원 열풍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했다. 명절 때 듣기 싫은 이야기로 결혼과 취업이 1순위를 다투는 것이 이시대의 상황인지라 그리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지난달 13일, 수험가는 공무원 증원 소식으로 들썩였다. 정부에서 2014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공무원을 7000명 증원하기로 한 것이다. 다수를 선발하지 않던 사회복지 계열의 사회복지공무원 신규 채용 규모가 확대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여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이 더위에 빼곡하게 들어차있는 도서관의 전경이 그려지면서 적성과 소질에 상관없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게 만드는 현실에 씁쓸해진다.

그러나 공무원 증원 채용 소식은 가뜩이나 채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앞선다. 기업과 구직자 간의 눈높이 간극으로 인한 미스매치가 청년실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당장의 취업보다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구직단념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년 비경제활동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청년 고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과의 정기적 소통 창구역할을 할 인력양성협의회를 구성하고 기업맞춤형 청년인력양성사업과 청년고용을 고용하는 기업에 2년간 월 5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희망프로젝트를 실시, 도 홈페이지에 청년일자리코너를 개설해 구인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일자리 창출정책이 전무하던 상황에서 이런 노력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와 정책이라도 수요자와 관련기관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청년인력양성사업이 확대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수요자인 기업에서는 구인정보를 관련 기관에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고용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졸업생과 졸업예비생 중 취업준비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취업을 목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선별하고 취업준비자로 분류된 청년층에게로 구직활동 지원, 취업 알선 등의 대책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은 적성과 능력을 살려 적극적으로 고용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수박이 크고 비싸다고 해서 다 맛있는 것이 아니듯이 규모가 크고 이름 있는 직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먼저 취업해 경력을 쌓은 후 점차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방법을 선택해보자.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오고 커리어는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묻는다.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당신이 선택할 길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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