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김현정의 뉴스쇼>

 
- 한국 만화영화 최고기록 경신
- 오성윤 감독 20년만의 첫 작품
- 美, 日과는 다른 애니 만들고파
- 가장 애착가는 캐릭터 '사투리 수달'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감독

◇ 김현정> 요즘 극장가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만화영화 중에 최고흥행작품 하면 관객 수 72만 명을 동원한 로봇태권브이였는데요. 지난 주말에 이 기록이 깨졌습니다. 최단 기간 50만 돌파, 그리고 이제는 100만 돌파까지 앞두고 있는 국산 만화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인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감독을 직접 만나보죠. 오성윤 감독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감독님,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 오성윤> 감사합니다. 제가 기록을 깼다니 너무 기쁜데요.

◇ 김현정>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시죠?

◆ 오성윤> 눈에 잘 안 보이니까 사실 실감은 안 나고요. 저는 지금 더 욕심이 많거든요. 저희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넘겨야 제가 실감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 김현정> 관객이 얼마나 드는 게 손익분기점입니까?

◆ 오성윤> 저희 영화는 지금 150만 명입니다.

◇ 김현정> 자신 있으세요?

◆ 오성윤> 지금은 아주 자신 있어요.

◇ 김현정> 개봉한 지 보름이 되지 않았는데 이 기록을 깼기 때문에 저도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감독님, 애니메이션 한 편 만드는 데 제작비가 그렇게 많이 드나요?

◆ 오성윤> 문제는 제작비도 제작비지만 제작기간이 좀 오래 걸려요. 이번 작품은 6년 걸렸거든요.

◇ 김현정> 6년이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립니까?

◆ 오성윤>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서 만드는 2D 애니메이션 방식을 택했거든요.

◇ 김현정> 컴퓨터그래픽으로 이용하는 만화가 아니라 다 손으로 그리신 거예요?

◆ 오성윤> 그렇죠. 그 다음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큰 문제점이었던 이야기의 힘.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3년 걸렸거든요.

◇ 김현정> 목소리 출연한 배우들은 한 3년 전에 섭외가 이미 끝났었다고요?

◆ 오성윤> 목소리 연기를 저희가 듣고, 그 연기에 맞춰서 작화를 하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그러니까 생동감 있고 실감나게 잘해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연기가 좋은 배우들을 선택해서 선녹음하는 걸 한마디, 한마디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서 소리에 맞춰 표정이라든가 동작그림을 그리다 보니까 그 시간도 많이 걸렸죠.

◇ 김현정> 보통 작업이 아니네요. 정말 정교한 작업이니까 그렇게 오래 걸릴 수밖에 없군요. 그러면 암탉의 아들인 청둥오리 역할을 맡은 유승호 군 같은 경우에는 그 사이에 혹시 변성기를 거치지는 않았어요?

◆ 오성윤> 성장을 해 버렸죠. 그런데 너무나 잘 된 것이 극중 인물 초록이가 성장하는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에 2년 전에 녹음할 때는 고등학교 1학년이어서 변성기였거든요. 그래서 그것은 청소년기에 사용을 하고요. 그 다음 2년 뒤에 다시 녹음을 할 때는 승호가 청년기에 진입하는 목소리로 바뀌어졌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아주 잘된 케이스죠.

◇ 김현정> 영화가 잘 되려니까 그런 것까지 다 저절로 되네요.

◆ 오성윤> 새옹지마더라고요.

◇ 김현정> 영화 못 보신 청취자들은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실 텐데 제가 잠깐 줄거리를 말씀드리자면, 직접 알을 품고 엄마가 되는 게 소원인 암탉 한 마리가 있습니다. 이 암탉이 양계장을 탈출하고요. 그러다가 버려져 있던 청둥오리의 알을 품게 되고, 암탉과 청둥오리가 엄마와 아들로 같이 야생에서 살아나가는 아름답고도 슬프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이쯤이면 될 것 같은데요. 베스트셀러의 동화 원작이 있는 거죠?

◆ 오성윤> 원작이 너무나 훌륭했어요. 저희는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정말 다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기획을 했었는데 아주 철학적 깊이도 있고 내용이 풍부한, 저희가 이걸 하기에 너무나 좋았던 원작이었죠.

◇ 김현정> 그래서 선택을 하신 거군요. 단순히 즐기는 만화에서 아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이 있는 동화를 선택하신 거예요. 여러 가지 참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어떤 건가요?

◆ 오성윤> 주인공이야 워낙 감독으로서 애착이 가니까 그것을 빼면 뭐니뭐니해도 원작에 없는 수달 캐릭터를 넣었거든요.

◇ 김현정> 저는 그 캐릭터가 제일 재미있더라고요. 동물이 사투리 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수달이죠?

◆ 오성윤> 그리고 경상도 사투리도 또 나오거든요. 하여튼 사투리를 애니메이션에 제대로 써본다는 것도 처음인 것 같아요.

◇ 김현정> 동물 만화영화에다가 사투리를 넣겠다는 아이디어는 누가 내셨어요?

◆ 오성윤> 감독한 사람 아닐까요?

◇ 김현정> 오성윤 감독님 아이디어군요. (웃음)

◆ 오성윤> 박철민 씨 같은 경우에는 애드리브의 달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 분은 시나리오에도 없는 대사를 막 하세요.

◇ 김현정> 더빙하면서도 그러세요?

◆ 오성윤> 선녹음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애드리브가 참 좋은 것들은 저희가 막 살려서 도리어 작화를 고치는 거죠. 그 애드리브에 맞춰서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 김현정> 감독님, 실례지만 원래는 뭐하던 분이세요?

◆ 오성윤> 원래는 회화를 전공하고 순수회화를 했던 사람인데, 아주 속된 말로 붓을 꺾고 대중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시작한 지 지금 20년이 넘어서 이제 첫 작품을 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왜 이렇게 질문을 드렸냐면 감독님 댁의 아이들도 그동안 아빠가 뭐하는 분인지 잘 몰랐다면서요? (웃음) 이제는 확실히 알았겠어요?

◆ 오성윤> 아빠가 만든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마치 기자인 아빠를 둔 아이가 '우리 아빠는 신문지 만드는 사람이야.' 이런 거랑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이제야 아빠의 정체를 아이들이 발견한 거죠. 그런데 어느덧 이 아이들의 나이는 지금 대학생이 되어버려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감동, 그 자체지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으로 집에서 서열 1위로 올라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번 정해진 서열은 꼭 그렇지 않더라고요.

◇ 김현정> 몇 위세요? (웃음)

◆ 오성윤> 4명인데 제가 꼴찌입니다.

◇ 김현정> 오성윤 감독님, 재미있으세요. (웃음)

◆ 오성윤> 그냥 그렇게 살았을 뿐입니다.

◇ 김현정> 재미있는 분이시니까 재미있는 만화영화, 좋은 아이디어로 이런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재미도 있고 철학도 있는 좋은 만화영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 오성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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