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수 제주특별자치도의원

   
 
   
 
제주가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섬 전체가 거센 비바람의 공격으로 비틀거리고 있던 지난 6일 저녁. 설문대여성센터 공연장은 무언가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굳은 의지로 다가오는 태풍의 기세를 누르기에 충분했다.

제주에 예술고 설립을 위한 첫 번째 공연 '소통'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비바람을 헤치고 250여명의 도민들이 공연장을 찾아 공연자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진정한 소통을 외쳤다. 휠체어를 타고 오신 분 등 힘든 걸음을 해주신 도민들의 모습에서 제주예술고 설립에 대한 바람이 읽혔다.

제주예술고는 설립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시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요와 시대적 사명 차원을 넘어 운명이라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선진국의 경쟁력은 복지와 문화로 이야기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충분한 복지혜택을 누리고 문화예술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어야 진정한 선진도시인 것이다. 그런데 제주는 문화예술에 대한 정책 및 예산이 너무 미미하다. 특별자치도 발전방안에는 2012년까지 전체 예산의 5%까지 문화예술예산을 늘리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최근 3년간 점점 감소, 1.7%에 그치고 있다. 이제 제주의 문화예술의 부흥을 위해 행정이 앞장서야 할 때다. 거기에 가장 근본인 예술고 설립은 사명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제주가 경쟁력 있는 관광도시로 세계로 뻗어 나아가는데 문화예술은 꼭 필요한 자양분이다. 제주가 유네스코 트리플크라운 달성과 세계7대자연경관 도전으로 자연경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올레길 등 새롭고 다양한 생태체험관광을 선도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족하다. 외국의 유명 관광지에는 예술가들이 활기를 더해준다. 관광자원에 예술의 옷을 입혀 잊지 못할 관광지로 만들고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관광의 재탄생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제주관광도 시대변화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 관광산업의 밑바탕에 제주의 문화예술이 살아있고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어야 세계적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따라서 도시 곳곳에 예술의 향기를 뿌려낼 도시문화게릴라를 키우는 예술학교는 꼭 필요한 것이다.

셋째, 제주예술고 설립은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에 따른 선택의 폭 확대와 공교육의 다양성과 질을 향상시켜 창의적인 인재육성에 이바지할 것이다. 또한 예술인재들의 타 지역 유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나 사교육비 지출을 감소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16개 시도에 26개나 되는 예술고가 있지만 유독 제주에만 없다. 이에 따라 예술 인력의 유출과 특정분야 제주예술인 가뭄현상 등의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다.

예술고 설립에 있어 학생수요와 예산문제 등 여러 가지 반대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인 학교의 규모나 운영모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와 예산을 걱정하여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학교설립과 운영에 대한 타당성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예술고 설립은 공립예술고의 설립, 기존 전문계고의 예술고 전환, 사립 예술고의 유치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다. 때문에 제주지역에 적합한 예술고 설립의 형태가 무엇인지와 발전전략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지속적인 지역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술고 설립과 문화예술의 부흥은 행정의 적극적인 추진과 도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한데 모아질 때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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