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환 ㈜러브레터 대표이사

8월13일(토)~14일(일) 제주 서귀포시청 신청사에서 '제1회 제주청소년 대중문화 캠프'가 열렸다. 이 캠프는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대중문화 종사자들의 모임인 '제주엔터테인먼트모임'(제엔모)이 주관하고, 재단법인 서귀포시 교육발전기금이 주최한 것으로 서귀포시가 후원했다.

제엔모 회원 10여명과 제주도 전역의 남녀 고등학생 70여명이 참석한 이 캠프는 이틀에 걸쳐 교양강좌 2개, 전문강좌 4개(연출·연기·극작·음악), 분야별 워크숍 2번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번 캠프에는 제주 출신 국민배우인 고두심씨가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 '대중문화 산업 종사자의 소양'이라는 주제의 교양강좌를 했다. 참가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밖에도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 드라마 '아이리스'의 감독으로 유명한 양윤호 제엔모 회장, SBS '자이언트'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문희경 배우, 전설적인 영화 '친구'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했던 서태화 배우, 그리고 최근 개봉했던 영화 '체포왕'의 임찬익 감독 등이 고향 후배들과의 뜻깊은 자리에 동참했다. 필자도 제엔모 고문 자격으로 '대중문화 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교양강좌를 진행했다.

이번 캠프는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특정 직종으로 구성된 출향 제주도민들이 단체로 고향에 내려와서 '재능 기부'를 한 첫 사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기부라고 하면 으레 현금이나 현물로 한다고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능'을 기부하는 것은 새로운 기부 방식이자, 돈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고,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소통으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재능 기부 중에서도 후배나 후학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재능 기부는 그 어떤 기부 보다 뜻 깊고, 보람찬 일이라는 것을 이번 캠프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캠프에 참가한 초롱초롱한 70여명의 눈동자를 보면서 필자는 30년전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됐다. 필자가 만약 고등학교 때 제주도 내외에서 활동하는 선배들과 이러한 종류의 만남의 시간을 갖고, 나의 진로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한 제주인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태생적으로 인적 네트워크의 부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의 부족은 정보의 부족으로 귀결되기 쉽고, 정보의 부족은 판단과 결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다른 지역에 비해 인적 자원의 숫자도 부족하고, 서울 등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적 불리함을 생각할 때 제주도 후배들을 위한 교육 재능기부는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 후배 학생들을 위한 교육 재능기부를 활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맞아 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캠프의 경우, 서울 지역에서 직종 모임으로 몇 년 째 활동 중인 '제엔모'의 재능 기부 의지가 있었고, 이를 받아서 제주에서 재능 기부의 장을 마련하고 행사를 진행한 재단법인 서귀포시 교육발전기금의 열정이 어우러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제주도 내외 직종 모임들의 재능기부 의지, 제주 지역 단체의 재능기부 유치 열정, 그리고 제주 지역 학생들의 관심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제주도 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직종 모임이나 전문가 그룹이 고향 제주의 후학들을 위해 교육 재능기부를 많이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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