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아가씨라면 면접도 하지 않았어요.어찌나 성실하고 근면한지,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었요.결혼을 해도 계속 나와줄 수 없느냐고 사정할 정도였는데요.제주 출신들이야 전국 어디에서나 인정받고 있지 않나요?”

 학생들의 취업을 걱정하는 자리에서 부산의 한 골프웨어 제조회사 여사장이 한 말이다.분명 제주도 사람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과 성실한 자세를 갖추어도 취업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교육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취업희망자가 50만명에 육박한다.4년제 대학졸업예정자 22만명 중 취업희망자가 18만5000여명,전문대졸업예정자 중 취업희망자가 19만3000여명,졸업했지만 취업을 하지 못한 대기자가 9만6000여명,여기에다 장기 취업재수생까지 합치면 약 50만명에 이르게 된다.이렇게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 기업에서는 구조조정을 하느라 경황이 없다.설사 채용을 한다고 하더라도 경제불안의 여파로 채용규모를 예상보다 현저히 줄이고 있다.게다가 채용패턴도 수시채용으로 바뀌어 예전처럼 취업시즌의 대량입사와 같은 잔치기분이 형성되지 않는다.그야말로 취업시장은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담당자나 취업알선기관들은 부지런히 취업관련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틈새시장을 공략하라고 제안한다.말하자면 정보기술(IT)로 대변되는 벤처기업과 외국계기업의 문을 두들겨보라는 얘기이다.하지만 이것도 제주도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은 소리이다.어디에 벤처가 있고,외국기업이 있단 말인가? 4년 동안 준비해 온 지식과 능력을 한번이라도 테스트받고 싶지만 그럴 기회 조차 없는 곳이 여기이다.학생들은 지금 애가 탈 뿐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선생 또한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취업관련 뉴스나 보고서를 검색해 보면 한국이 구조조정과 벤처열풍으로 신생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또한 IMF이후 새로운 소규모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창업비율이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하지만 제주도는 이제야 IMF가 들어선 것처럼 문을 닫는 기업은 많은데 새로 시작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설사 문을 연 곳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음식점이거나 물건을 강매하는 판매업이다.경험 삼아 아르바이트를 권해볼 수는 있어도 평생을 걸고 정열을 바치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믿음이 가지 않는 곳들이다.

 시절은 그야말로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면 길은 저절로 열리게 마련이야.인생이란 뿌린대로 거두게 되어 있는 법이거든"이라고 가르쳐 온 이땅의 선생들을 머리숙이게 하고 있다.눈치빠른 학생들은 교실을 박차고 나가 군대수업을 받든가,산업현장을 체험하든가,고시원을 기웃거리고 있는 형편이다.

 제주도에서 배출될 내년 대학졸업예정자는 약 8000명에 이른다.작년 대학졸업자의 평균 취업률이 약 50%였으니 이 추세라면 약 4000명은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다행히 우리 학교는 취업률이 85% 정도에 이르고 있다.하지만 내게는 취업을 시켜야 할 학생이 아직도 3∼4명 남아 있다.이들을 포함한 젊은이들을 위해서 도 당국과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세레나데를 불러볼까 한다. "일할 문을 열어주시오.도지사여,젊은이들이 고향에서 마음놓고 공부한 후 활기차게 일할 수 있도록 경제정책에 신경 좀 더 써 주시오.기업가들이여,우리 학생들이 열정을 바쳐 일하고자 하는 구애를 받아들여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 주시오.품질은 학교가 보장을 한다오"<허정옥·탐라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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