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古書) 속에 담겨있는 선현의 지혜와 고서를 지켜온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제주교육박물관(관장 강문언)은 25일부터 3월25일까지 제6차 기증자료특별전을 연다.이번 특별전에는 제주대학교 원예생명과학부 백자훈 교수(65)가 기증한 고서 111점중 32점이 전시된다.

 전시장을 들어서면서 만나게 되는 것은 「천자문-백수문(白首文) 필사본」(1919).

‘손에서 책을 놓지 말며,입으로 천자문 외우기를 그치지 말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필사본에는 원문아래 한글 뜻과 음 외에도 요즘 아이들이 영어단어를 익히기 위해 포스트잇을 붙이듯 암기를 위한 종이띠가 붙여져 눈길을 끈다.

 구한말 초등학교 산수교과서인 「간이사칙」(1907)에는 더하기·빼기 등 사칙문제를 풀어낸 연필 글씨가 여백을 가득 채우고 있다.

 국문학자인 지석영선생의 제자들이 만든 옥편인 「자전석요」(1906) 등 교육적 가치가 높은 책들 사이에 유독 의학서와 역학서가 많이 눈에 띈다. 평상시 쉽게 구할 수 있는 구급약의 효험과 처방전을 정리한 「험방신편」(1918),중국 태의원에서 사용했던 의료서인 「변증기문」(1920),약의 종류와 용도·처방 등을 담은 「의문보감」(1918),신체질병과 치료법을 상세히 기록한 「만병회춘」(1920)과 「석실비록」(1920) 등 최근 TV드라마를 통해 붐이 일고 있는 동양의학과 관련한 책들과 함께 귀신을 부리는 방법을 다룬 「기문대전」(1920),생년월일로 점치는 법을 담은 「성명만년서」(1885),64괘의 비밀을 풀어낸 「하락이수」(연대 미상) 등 역학서에는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사람을 중심으로 살아온 선현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특히 「상밀주해 옥추보경」은 ‘판수(점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소경)’들이 읽는 경전으로 ‘상형문자’와 같은 특이한 형태의 그림이 담겨있으며 점치는 법을 설명한 점복서인 「증산복역」은 그 해설을 직접 포켓 사이즈로 만들었다. 이밖에도 부모은혜의 중요함을 가르치는 불교 경전인 「은듕경」(1925),맹자의 왕도정치를 설명한 「과화존신」(1880) 등이 전시된다.전시문의=752-9102.<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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