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훈 변호사

   
 
     
 
제주도 특유의 풍속이랄 수 있는 벌초시즌이 돌아왔다. 그런데 제주도의 경우 묘지가 다른 사람의 토지 내에 있는 경우가 많고, 만일 그러한 경우에 묘를 둘러싸고 있는 토지의 소유자가 벌초하러 들어가는 사람을 막아 벌초를 하지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벌초를 할 것인가? 그 내막이 어떻든 간에 드물지만 있을 법한 일이다.

필자는 2008년 9월 A라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소유로 되어 있는 조상님 묘지가 다른 사람의 과수원 한가운데에 있는데, 그 과수원 주인이 2년 전부터 과수원의 모든 둘레에 사람이 건너 들어가기가 불가능한 상당한 높이의 울타리를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과수원에 출입하는 입구에 집을 지어 살면서는 벌초하려고 가면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그 과수원을 통과해 들어가 벌초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강구해 달라'는 사건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위와 같은 경우를 예상해 우리 민법은 '주위토지통행권'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공로(公路)와 연결되는 통로가 없어 주위의 토지를 통과하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능한 토지를 '맹지'라고 하는데, 맹지 소유자가 자신 소유의 맹지와 공로와의 출입을 위해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는 권리가 주위토지통행권이다.

맹지 소유자가 주위토지통행권을 가진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하거나 통로를 개설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맹지 소유자는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해 주위의 토지를 통행하거나 통로를 개설해야 하고, 그로 인해 주위 토지의 소유자가 손해를 입으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필자는 의뢰받은 위 사건에서 A를 대리해 과수원 소유자를 상대로 법원에 주위토지통행권이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조정신청을 했고, 결국 A는 벌초시즌을 포함해 A가 원하는 때에 몇 번에 걸쳐서 과수원을 통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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