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원

   
 
     
 
2000년 54만4000명이던 인구는 2010년 57만7000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인구는 6.3% 증가했다. 하지만 자동차 등록대수는 16만4000대에서 25만1000대로 무려 52.6% 많아졌다.

이제 제주도는 가구당 자동차 등록대수가 제일 높은 자치단체가 됐다. 지난 10여년 동안 제주도가 유일하게 전국에서 1등을 차지하는 지표이다. 자랑거리 아닌 1등이다. 이는 기후변화 시범도이자, 환경수도를 추진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제주시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도시이다. 제주시 도시계획은 지금부터 60년 전 전쟁중에 수립됐다. 일제시대 조선시가지계획령에 따라 서울, 부산, 대구 등의 도시를 제외하고는 계획의  역사가 오래된 도시이다. 계획의 역사에 비해 제주시의 도시계획의 질은 높다고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최초의 도시계획은 전쟁 중에 수립됐기 때문에 제주도의 역사성이나 문화 등을 감안할 여유가 없었다. 도시계획은 그저 도로와 주거지, 관공서 등 혹시나 모를 임시수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였다. 기존 시가지는 소유권과 공간구조가 복잡했기 때문에 계획구역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면서 최초의 도시계획이 대폭 수정돼야 했지만 그대로 유지되면서 현재 도시계획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제주시 도시계획 60년 역사중 55년 동안 지속돼온 기조가 바로 묵은성 지역의 혼잡을 완화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책은 2007년에 제주광역도시계획이 수립되면서 변경됐다.

제주시 도시계획 60년 역사에 있어서 변하지 않은 것이 바로 자동차 위주의 도시계획이다. 차가 다니는 길은 편하게 돼있어도 사람이나 자전거가 다니는 길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일부 운전자들은 보도와 자전거도로에 주차를 시켜 놓는다. 대중교통은 어떠한가. 버스 노선은 버스회사의 이기주의 때문에 걸어가는 곳보다도 느린 노선 또한 존재한다. 제주도 행정당국은 버스 노선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걸어 다닐 것이며, 누가 자전거를 탈 것이며, 누가 버스를 이용하겠는가. 아이들의 등·하교까지 자가용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점점 아이들의 자립심은 사라지고 있고, 운동부족으로 비만아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우리들의 삶 속에서 친환경적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활양식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과감하게 자동차 위주의 도로를 사람 위주의 도로로 바꾸자. 도로를 바꾼다고 큰 예산이 들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의식을 바꾸면 된다. 주택가의 도로는 항상 사람과 자전거가 우선이라고 도로에 표시해주면 된다. 보행자나 자전거가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도로를 굴절형으로 변경시키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단지 바꾸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도시확장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심에 자동차 통행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주민과 인근 상인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결국 이러한 정책이 유럽의 도시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에너지 절약형·자립형 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가용을 이용하지 말고 자전거나 대중교통수단을 한달만이라도 이용해 보자. 그러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문제가 보일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면 우리의 도시는 달라질 것이며, 우리 또한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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