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잘못된 복원, 원형 잃은 도대불

제주에는 오늘날의 현대식 등대 외에 도대불 또는 등명대(燈明臺)라 불리는 옛 등대가 있다.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970년대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도대불에 대한 연구가 현재까지 미흡할 뿐만 아니라 도 지정문화재로 등록조차 되지 않아 관리는 물론 제대로 된 복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복원과정서 원형과 가치 모두 잃어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도대불은 복원과정에서 연대와 분리돼 원형과 가치를 모두 잃은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변지철 기자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 있는 도대불은 두모리 연대(煙臺)와 함께 역사·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짐작케 하는 산 증거였지만 잘못된 복원으로 원형과 가치를 모두 잃은 예다.

두모리 도대불은 1437년(세종 19년)에 세워진 연대 석축물 위에 돌탑을 쌓아 올려 만들어졌다.

도시·환경계획전문가 이덕희씨가 지은 「제주의 도대불」에 따르면 당시 마을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 1930년 이전에 마을 이장이 주관해 어부들이 직접 도대불을 연대 위에 지어 사용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19세기 이후 연대가 제 기능을 점차 상실해 가면서 마을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등대(도대불)의 역할로 옮겨지는 사회적 흐름을 알 수 있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외도동 도대불은 연대에서 도대불로 사용된 예가 있었지만 이후 1970년도 새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인 망루대가 준공돼 세 번이나 탈바꿈돼 사라지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하지만 한경면 두모리 도대불은 오히려 연대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분리돼 연대에서 50m 떨어진 바닷가 인근으로 옮겨졌고 과거의 모습은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플라스틱 빨간 불꽃 조형물, "이것은 훼손"

서귀포시 보목동 도대불 상단부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커다란 불꽃모양의 조형물이 얹혀있다.  변지철 기자

서귀포시 보목동에 위치한 도대불 상단부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커다란 불꽃모양의 조형물이 얹혀있다.
이덕희씨는 "이는 도대불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만든 것이겠지만, 이것은 아니다. 이것은 훼손이다"라고 제민일보 2010년 11월15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밝히고 있다. 

이와 덧붙여 "어느 방문객도 이 흉물스런 정경을 보면서 이것이 바닷길을 밝혀준 역사적 도대불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9개월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불꽃 조형물은 여전히 보목동 도대불에 남아 있다.

보목동 도대불은 1937년경에 세워져 1960년대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복어기름으로 바닷길을 밝힌 역사적 기념물이다.

현재 다른 도대불과 마찬가지로 도 지정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아 이와 같이 함부로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변지철 기자 jichul2@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