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멸 감독 저예산·지역 영화 '어이그 귓것' '뽕돌'
25일 CGV제주 등 전국 13·8개관서 동시 개봉 눈길

오멸 감독의 2009년작 ‘어이그 저 귓것’ 중
"인생은 멀고 먼 방랑길/혼자서 가야만 하는 길/기나긴 시간 속에/우린 아니라 하지만/누구나 한번은 꼭 가야만 하는 길/인생은 멀고 먼 하늘 끝/혼자서 보아야만 하는가/멀고 먼 시간 속에서 우린 아니라 하지만/ 누구나 한번은 꼭 보고도 모르는 길…"(어이그 저 귓것 삽입곡 양정원 '인생길' 중)

'유수암 점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조슥'들과 열정 하나로 영화 만들기에 도전한 젊은 인생들의 이야기가 제주 바람처럼 정신없이 휘젓고 지나간 스크린에 스르륵 '엔딩'자막이 맴돈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진득한 감흥으로 쉽게 자리를 뜨기 어렵다.

25일 오전 CGV제주. 100% 제주산 영화의 첫 국내 개봉관 상영은 온 종일 귓가를 떠날 줄 모르는 노래 가사처럼 긴 여운을 남겼다.

제주 오멸 감독의 2009년작 '어이그 저 귓것'과 2010년작 '뽕돌'이 대중과 눈맞춤을 시작했다.

2010년작 ‘뽕돌’ 중
'뽕돌'은 CGV 강변·상암·압구정·대학로·구로·인천·오리·동수원·서면·제주와 인디플러스, 아리랑 씨네센터, 씨네코드 선재 등 13개, '어이그 저 귓것'은 CGV강변·상암·압구정·서면·제주와 인디플러스(강남), 아리랑 씨네센터, 씨네코드 선재 등 8개 상영관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이 거둘 성적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단지 포스터가 내걸린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해진다.

제작비 800만원으로 만든 '어이그…'는 시도 때도 없이 점빵 할망한테 혼나는 최고령 귓것 하르방과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갔지만 아픈 몸으로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가수 용필, 자식기저귀까지 외상으로 달아놓는 철없는 아비 뽕똘, 뽕똘과 함께 기타를 배우러 용필을 쫓아다니는 소심한 성격의 댄서 김이 보여주는 제주의 삶은 느리고 더디지만 도시의 사람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여백의 일상을 선사한다.

그보다 더 적은 500만원을 들여 만든 '뽕돌'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제주사나이 뽕돌과 어떻게든 배우가 되고 싶은 여행자 성필이 만나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시간을 공유한다. 영화 속 영화로 이제는 사라져버린 전설의 물고기 돗돔과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산방산 바위굴의 여신산방덕의 슬픈 설화를 코믹하게 재현해 내는 등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유쾌하고 독특한 유머로 그려내고 있다.

먼저 개봉된 보다 많은 제작비에 유명 배우들이 등장한 국내 영화가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아직 이들 영화에 쏟아지는 박수 소리는 작지만 모아지고 또 쌓여서 큰 감동이 될 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제주 유일의 개봉관에서 이달 말까지 두 작품을 모두를 감상할 수 있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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