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한라산연구소 소장

   
 
     
 
제주도는 지리적 위치와 해발고도·지세 등의 영향으로 아열대에서 아한대 기후대까지 수직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 저지대에 자라는 난대성식물에서부터 고지대의 고산식물에 이르기까지 식물의 수직분포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이들 식물의 수직분포는 일반적으로 해안에서 한라산 정상까지 해발고도에 따라 해안식물대·초지대·상록활엽수림대·낙엽활엽수림대·침엽수림대·관목림대로 크게 구분한다. 그리고 제주지역에는 수많은 희귀식물을 포함해 약 2000여종의 관속식물들이 자라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총 식물 종류인 약 4500여종의 45%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식물대는 해발고도에 따라 일반적으로 해발 600m 이하지역에는 초지대나 난대상록활엽수림대로 구실잣밤나무 등이 분포한다. 해발 600m에서 1500m 이하의 온대낙엽활엽수림대의 주요 수종은 서어나무류, 참나무류 및 단풍나무류 등으로써 식생 천이과정의 극상을 보이고 있으며, 하층식물로는 제주조릿대·둥굴레·풀솜대·개족도리 등이 자란다.

해발 1500m 이상의 한대침엽수림의 주요 수종으로는 구상나무·주목 등이 분포하고 섬매발톱나무·들쭉나무·눈향나무·시로미·제주조릿대 등의 소관목과 섬바위장대·구름떡쑥·눈개쑥부쟁이·좀민들레·제주황기 등의 초본류가 자라고 있다. 더욱이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지역에 형성된 구상나무림은 세계 유일의 숲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유관속식물은 일본인에 의해 소개됐다. 1914년 일본인 식물학자였던 나카이(中井)는 1913년 제주에서 직접 조사·채집한 표본들과 1900년을 전후, 제주에서 선교활동을 벌인 프랑스인 따께 신부의 표본 등을 감정하여 처음으로 식물상을 보고했는데, 이때 보고된 제주도의 식물은 총 1433종류였다. 이중 제주의 특산식물은 78종 69변종으로 보고해 제주도에 분포한 식물의 10% 이상이 특산식물이라 기재했다.

그 후 국내 학자들에 의해 식물조사가 실시되었는데 특히, 1968년에는 한라산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조사가 있었다. 이때에 식물학의 각 분야별로 많은 학자들이 참여한 대규모의 학술조사가 이뤄졌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양치식물이 200종류, 나자식물이 18종류, 단자엽식물이 351종류, 쌍자엽식물이 1213종류로써 총 1782종류에 이르고 있다. 이후 1992년에 제주도에 자생하는 관속식물에 대한 보고들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조사·채집된 식물들을 추가해 제주도에 자생하는 관속식물이 모두 1795종류를 보고된 바 있다.

한편 최근에는 제주도에 전체 식물상을 총 1990종류를 정립해 보고되고 있다. 이중 양치식물은 197종류, 나자식물은 10종류, 피자식물은 1783종류로 정리했다. 특히, 양치식물은 200종류로서 우리나라 양치식물 252종의 79.4%가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의 특산식물은 특수한 입지조건에 오랜 기간 적응해 대를 이어오면서 기후나 토양환경 등에 알맞은 형태로 진화한 결과로 생긴 것이며, 특산식물은 총 87 분류군(한라산연구소·2010)으로 종 다양성의 차원에서 학술적으로나 자원적인 측면에서 매우 귀중한 자원으로 보호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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