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제주발전연구원 초빙연구원

   
 
     
 
'정책에도 남과 여가 있다'를 표방하며 2004년부터 여성가족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별영향평가 제도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성별영향분석평가법' 통과를 통해 탄력을 받게 됐다. 성별영향평가는 2004년 10개의 과제 시범 평가를 출발로 지난해까지 최대 298개 기관 참여, 7000여 개에 가까운 정책이 분석됐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은 손에 꼽을만하다. 대표적으로 화장실 관련 법령, 국민생활기초보장제도 별도가구 인정 범위 확대, 여군 전용 군복 제작 등 여성의 입장에서 정책 체감도가 겨우 피부에 닿는다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름도 생소한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은 무엇인가? 물론 이 두 제도는 행정에서 수행하고 있지만, 시민은 정책의 수혜대상자로써 올바른 정책 추진을 위해 감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올바른 감시자 역할을 위해 제도의 이해를 돕고자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성별영향평가 제도는 1995년 세계 북경여성대회 이후 등장한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으로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는 정책과정에 여성과 남성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요구 사회·경제적 차이를 분석해 어느 한쪽 성(性)에 치우치지 않고 양성의 현실과 요구를 고르게 정책에 반영해 실행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하면 모든 정책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공정한 역할 분배를 통해 지속적인 사회발전을 모색하자는 제도다.

반면 성인지 예산제도는 2001년 여성단체가 처음으로 자치단체 예산 분석에서 출발했으며, 2006년 말 제정된 국가개정법에 도입됐고, 3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9년 처음 성인지 예산서가 제출됐다. 성인지 예산서 역시 여성과 남성의 사회·경제적 역할과 상황 수요 등을 고려해야만 예산을 적절하게 쓸 수 있으며, 현재의 불평등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했다.

사실 벌써 1년 전의 일로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주는 지난 2010년 성별영향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얻었다. 매년 성별영향평가 과제가 전국 광역단위에서 가장 작게 분석됐음에도 성별영향평가 업무담당자와 전문가와의 연계 등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되어 비교적 우수한 성적표를 받게 된 것이다.

제주도가 성별영향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05년 1개 과제를 시작으로 2010년 40개 과제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지표해석의 어려움, 담당자의 이해와 설득 과정, 추진체계 구축 등 원활한 과제수행을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뤄졌다. 물론 일반 공무원을 위한 성주류화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도 2007년부터 하루 7시간 교육과정으로 편성하는 등 성별영향평가 추진을 위한 외적인 역량강화 역시 부단히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제주도의 성별영향평가 수준이 어느 정도 향상됐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새로운 지표와 40여개 개별 과제 담당자 인사이동, 신규 담당자의 과제 추진에 대한 부담 등으로 그 어느해 보다 성별영향평가 과제 추진 진척이 느리게 진행되면서 못내 아쉬움이 남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의 통과로 성별영향평가제도의 실질적인 시행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성별영향 분석이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한 성인지 예산제도로 연계되는 제주 여성정책의 선진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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