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 2011> 이상한 이중섭거리 간판정비 사업<상>
2억원 투입된 실시설계용역 사실상 무용지물
서귀포시 사업 불신 자초...예산 낭비 비판도

서귀포시가 추진한 이중섭거리 간판정비사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간판 디자인 개발과 실시설계용역을 추진해 완료했지만 정작 공사는 착공 1개월만에 중지, 대대적인 설계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때문에 공사 설계변경이 행정의 입맛대로 이뤄지면서 2억원이 투입된 실시설계용역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사 설계변경 ‘입맛대로’

서귀포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중섭거리 360m 구간에 4억7600만원을 투입, 상가 81곳의 간판 105개를 교체했다.

이에 앞서 시는 H진흥원에 의뢰, 지난 2009년 8월20일부터 2010년 2월20일까지 6개월간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간판 디자인 개발 및 실시설계용역’을 수행, 마무리했다.

이 용역은 이중섭거리 상가별 간판 디자인 및 실측설계 등을 위한 것으로, 1억98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용역결과에 따라 작성된 디자인 개발 및 실시설계 보고서에는 이중섭거리 간판의 적정 형태와 색상, 규격, 로고 활용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또 2009년 10월12일부터 2010년 1월18일까지 이중섭거리 상인과 건물주, 이용객, 전문가 등 3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중섭거리 옥외광고물 디자인 관련 설문조사결과도 용역에 반영시켰다.

문제는 2억원의 예산을 들인 실시설계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사가 착공된 이후 불과 1개월만에 공사가 중지, 설계가 대폭 변경됐다는 점이다.

이중섭거리 지역상가 간판정비공사는 2010년 10월20일 서귀포시와 시공업체간 공사도급계약 체결에 따라 같은 달 26일 착공됐다.

그런데 공사는 2010년 11월18일 중지, 설계가 대폭 변경되는가 하면 준공기한도 당초 올해 1월23일까지에서 2월19일까지로 연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이중섭거리 간판정비사업이 실시설계용역 결과를 무시한 채 행정의 입맛대로 추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귀포시 사업 불신 자초

이중섭거리 간판정비공사가 중지된 이후 이뤄진 설계변경과 관련, 서귀포시가 사업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서귀포시는 이중섭거리 지역상가 간판정비사업 제작·설치 시방서를 통해 설계변경을 실시할 수 있는 사유를 별도로 명시했다.

설계도면이나 수량 및 사양서와 현장여건이 상이할 경우, 품질향상 또는 건설안전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등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중섭거리 간판정비사업에 따른 설계변경사유를 보면 ‘BAR형 채널 크기’는 당초 120×150㎝에서 200×200㎝로 커졌고, ‘채널간판 크기’ 등도 상당부분 변경됐다.

또 이중섭로고 제작 설치와 이중섭미술관 입간판 제작 설치 등도 포함, 시방서에 명시된 현장여건 상이나 건설안전상 필요 등의 사유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착공 이전에 미리 설계에 반영됐어야할 것들이 뒤늦게 설계변경을 통해 제시, 의혹만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실시설계용역과정에 상가와 주민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사업추진과정에 간판크기가 작다는 의견이 있어서 설계를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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