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한가위 나눔 캠페인’
추석 분위기 전달 위한 작은 관심·정성 등 유도

옆에서 보듬어주는 할머니·할아버지가 계시기는 하지만 엄마·아빠의 빈자리는 늘 크다.

예민한 사춘기를 노환으로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할머니와 보내야 했던 동수(15·가명)의 소망 중 하나는 “직접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다. 할머니 수발까지 들어야 하는 처지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명절 분위기는 잊은 지 오래다. 생계를 책임지던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제사 한번 올리지 못한 것이 늘 맘에 걸렸다. 늘 눈물만 흘리던 할머니가 자리보전하는 날이 늘면서 동수의 마음도 급해졌다. 동수는 “이런 것까지 도와달라고 하기 싫다”며 애써 강한 척 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쌍둥이 언니와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맡겨진 지선이(10·가명)의 벌써 몇 년째 추석 보름달에 소원을 빌고 있다. “뚱이 인형이 갖고 싶어요”. 엄마와의 추억이 가득한 강아지 인형만 있으면 지금의 외로움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지선이의 말에 코끝이 찡해진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본부장 김희석)가 펼치고 있는 ‘한가위 나눔 캠페인’이 가슴 절절한 사연들로 눈길을 끌고 있다. 관심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캠페인은 명절의 의미를 되살리고 작은 관심으로나마 아이들 가슴 속 생채기를 다독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사연대로 불편한 환경의 아이들이 꾸는 꿈은 현실과 연결된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고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장난감이나 행위가 큰 의미가 된다.

김희석 본부장은 “평상시 힘든 상황을 잘 견디는 것 같아 보이던 아이들이 유독 더 힘들어 하는 것이 명절 등 큰 이벤트가 있을 때”라며 “지역과 이웃 모두가 가족이라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관심과 정성을 나눴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문의=753-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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