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진실찾기 그 길을 다시 밟다-양조훈 육필기록] <70>4·3 50주년 제주 행사

체육관에서 12시간동안 영령위무 해원굿
신산공원에 높이 7m의 해원 방사탑 쌓아

4·3 50주년 제주 행사
4·3 진실찾기 운동은 4·3 발발 50주년인 1998년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했다. 각계 진영이 50주년을 앞두고 나름대로 준비를 해온데다 50년만의 평화적 정권교체로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해여서 진상규명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미 서울에서 4·3범국민위가 출범하여 활발한 활동에 들어간데 이어 제주, 일본 등지에서도 50주년 준비위원회가 발족되어 각종 기념행사를 개최하였다.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참여하는 국제학술행사가 제주에서 열린 것도, 여당인 국민회의 안에 '4·3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역사적인 공청회를 개최한 것도 바로 이 때였다.
 
1998년 2월 3일 제주시 가톨릭회관에서 '제50주년제주4·3학술문화사업추진위원회(이하 50주년추진위)' 창립대회가 각계인사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4·3 발발 50주년을 맞아 4·3 역사의 올바른 복원과 진정한 민족의 역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아래 결성된 50주년추진위는 상임대표에 강창일·김영훈·김평담·문무병·임문철 등 5명, 공동대표에 강요배·고충석·김병택·김윤수·변시지 등 50명을 선임하였다. 또 조직위원장에 양동윤, 사업단장에 김창후, 사무처장에 김상철, 조직국장에 오영훈이 각각 위촉되었다. 

▲ 1998년 4월 도민과 유족들의 정성으로 쌓은 제주시 신산공원의 '4·3 해원 방사탑'
이에 앞서 범도민적인 위령제 주관을 목적으로 1997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사업범도민추진위원회(위원장 조승옥)'가 발족됐다. 하지만 이 단체는 제주도가 꾸린 조직이었고, 50주년추진위는 순수 민간단체라는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의욕적인 사업을 구상하다 보니 경비 조달이 과제였다. 그래서 50주년추진위는 사업비 모금을 위한 '만-만 운동'을 벌였다. 도민 1만명이 각각 1만원씩 기부하여 돌멩이 하나씩 쌓자는 운동이었다. 그리고 2000원짜리 전화카드를 만들어 1만원에 팔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7000만원의 기금이 모아졌다.

50주년추진위는 4·3 50주년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4·3예술제도 범도민 문화축전으로 준비하였다. 행사는 크게 학술, 문화예술, 해원, 영상, 도민참여 이벤트 등 5개 사업으로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색다른 사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해원 상생굿을 대대적으로 개최하였다. 4월 1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상생굿판은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장장 12시간 동안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벌어졌다. 50년만에 체육관이란 공개적인 장소에서 열린 4·3 영령 위무 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 기능보유자인 김윤수 심방이 주관했고, 민중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와 장사익, 영화 '서편제'의 주인공인 배우 김명곤 등도 참석해 영령의 한을 풀어주는 노래를 열창해 분위기를 돋우었다.

▲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 표지
둘째는 4·3 때 폐촌된 마을을 학술적으로 조명한 보고서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를 발간하였다. 토벌대들이 불태워 버린 뒤 아직까지 복원되지 않은 마을을 각 읍면 단위별로 골라 그 지역민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4·3유적지 기행문을 펴낸 것이다. 이 작업은 제주대 조성윤·유철인 교수가 총괄하고 강덕환·강태권·김경훈·이영권 등이 참여하였다.

셋째는 제주시 신산공원에 '4·3 해원 방사탑'을 쌓았다. 화가 박경훈이 주도한 이 방사탑 제작은 8t 트럭 3대분의 제주산 현무암을 높이 7m, 밑둘레 15m 규모로 쌓았다. 4월 18일 세워진 빗돌에는 "우리는 4·3 50주년을 맞아 부정을 막고 원혼을 위무하며, 통일의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4·3 해원 방사탑을 세운다"고 적혀 있다. 이곳에서 매년 4월 1일 '4·3 해원 방사탑제'가 열리고 있다.

이밖에도 소설가 현기영과 현길언 등 4·3 작가들을 불러 그동안의 '4·3 글쓰기' 작업에서 느낀 체험담을 나누는 문학의 밤 행사, 제주 지역 미술인들의 4·3 미술제, 4·3 체험자들을 대상으로 촬영된 다큐멘터리 상영 등이 있었다. 또한 1992년 제주민중항쟁사 전시로 화제를 모았던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4·3 역사화전'도 다시 열렸다.

한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은 그해 12월 '98민족예술상' 개인부문에 화가 강요배를, 단체부문에 제50주년4·3학술문화추진위원회를 선정하여 시상하였다. 강요배 화백은 4·3역사화전을 갖는 등 제주의 자연과 4·3의 역사적 의미를 형성화한 점, 50주년추진위는 비극의 역사에 대해 학술사업, 문화사업 등을 통해 대중적 관심과 호응을 유도하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시급함을 촉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회는 '4·3 50주년 일본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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