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연세대학교 초빙교수

   
 
     
 
제주특별자치도가 맥주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맥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맥주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제품개발과 사업화라는 난제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우려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9월5일 제주광역경제권 선도산업지원단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개최한 '프리미엄 제주맥주 시음회' 행사에 참석해 5가지 종류의 맥주 시제품 맛을 보는 순간 그동안 필자가 품어왔던 우려가 기우였음을 느끼게 됐다.

무엇보다도 불과 3개월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차별화된 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5종류의 맥주시제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맥주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정열을 불태우고 있는 제주자치도, 선도산업지원단,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맥주 시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시험제조설비(파일럿 플랜트)의 설계·입찰·공사·시험운전 등의 준비는 지난 5월말에 마무리 됐고, 6월부터 시제품 개발을 위한 설비운영에 들어가 호품보리로 테스트를 했다. 7월부터 백호보리를 이용한 시제품 개발에 본격 착수해 5가지 종류의 시제품을 2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완성해 제주도민들에게 제주맥주의 실체를 보여준 연구자들은 큰 박수를 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이날 처음으로 선보인 5가지 맥주 시제품의 차별화된 맛에서부터 제주맥주사업의 성공가능성을 예감할 수 있었다. 부드럽고 향긋한 필스너, 신선하면서도 제주감귤 향을 느낄 수 있는 페일 에일, 진하고 호프향이 풍부한 스트롱 에일, 진하고 강한 맛의 흑맥주 등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으로 평가된다. 맥주 선진국 독일에서 맛볼 수 있는 프리미엄 맥주 맛에 결코 뒤지지 않는 우수한 수준이었다.

제주에서 처음으로 수확된 백호보리와 세계적 수준의 수질을 자랑하는 화산암반수인 제주지하수를 핵심원료로 사용하여 원료에서 제품의 차별성을 부각시켰고, 또한 제조방법에서도 상면·하면발효와 숙성이라는 유럽 전통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제주맥주의 맛을 차별화시키는데 일단은 성공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 맥주시장도 웰빙열풍이 불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제주맥주의 재품개발 방향을 제주향토자원만을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개발 쪽으로 설정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이날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제주맥주 시제품의 색다른 맛과 특징에 대체적으로 만족해하는 참석자들의 모습에서 제주맥주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았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사업화를 이끌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제주도민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를 제주도민의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제주맥주사업은 제주도민을 위한 사업이므로 그 사업의 주체인 제주도민의 적극적인 지원과 성원이 뒤따라야 한다. 시음회에서 우근민 도지사께서는 금년말까지 맥주사업 운영주체를 결정하고, 2013년 7월부터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 갈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또한, 제주맥주를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르맥주나 오키나와의 오리온맥주에 뒤지지 않은 세계적인 지역맥주로 육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히셨다. 제주자치도를 중심으로 제주도민이 힘과 역량을 한데 모아 제주맥주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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