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준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장

   
 
     
 
최근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 등 환경에 관심이 매우 높다. 기후변화는 농업과 일상생활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태계가 바뀌고 작물재배지가 북상하면서 새로운 작물이 재배되거나 없어지기도 한다.

온난화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온난화로 길어진 경작기간을 활용하면 2~3기작 재배가 가능하고, 높은 기온은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사계절 꽃을 보고 열매를 수확할 수 있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보고서에 따르면, 1906년 이후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이 0.7도 상승하였다고 한다. 최근 50년 동안의 증가분은 0.5도로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된다고도 보고했다.

기후변화는 재해를 동반하며 막대한 피해가 따른다. 미국에서는 2005년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1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조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지난해 러시아는 가뭄으로 곡물파종 면적의 30%가 피해를 입어 피해액은 1조 5000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여름철 폭우로 전국에서 35명이 사망하고 재산 피해도 컸다. 제주에도 겨울 한파, 일찍 찾아온 장마, 8월의 안개로 농작물 피해도 우려된다.

소방방재청은 2000년대에 기상재해 피해액을 2조6000여억원으로 발표한 바 있다.

기상재해 대비는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UN기후변화협약(UNFCC)을 탄생시켰다. EU는 '기후변화 적응백서'를 발간해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해 실천하고 있다. 영국도 2008년도에 '기후변화법'을 제정해 온실가스 감축, 이산화탄소 배출을 총괄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는 기후변화대응 노력과 농업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적극적인 노력을 진행중이다. 2009년 '녹색성장 국가전략(09-50)'을 수립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해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제주농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농업기술원, 농진청 온난화대응연구센터, 제주대학교에서도 아열대 과수나 채소 도입, 지하공기 이용기술, 작물의 새로운 생산체계 마련, 아열대성 병해충 예찰과 방제 대책 등 독자적 또는 공동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온난화로 환경이 변한다고 해도 제주농업의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특히 제주는 다양한 식물군과 한지형에서 부터 아열대성 농산물까지 생산 가능한 천혜의 지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온난화는 오히려 노지감귤 품질이 좋아지고 노지에서도 만감류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다. 하우스 가온재배에서도 유류비를 절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과수·채소생산이 가능해져 국제자유도시와 수출농업을 주도하면서 소득화도 가능하다.

미리부터 대비해 온 농업용수 개발, 스프링클러, 저류조, 서리방지 등 재해예방 시스템 구축기술 등은 기후변화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술들이다.

찰스 다윈은 '강한 종(種)을 변화에 적응하는 종(種)'이라고 정의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도록 대비하고 이용하면 제주농업의 생존과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좋은 약(藥)이 되고 기회도 될 수 있다. 농업기술원도 제주농업이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R&D와 기술보급기관으로 지속적인 기후변화 대응노력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