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중학생 알뜨르비행장, 예비검속 학살터 현장답사

"일제강점기와 제주 4·3과 6·25전쟁으로 인한 제주의 슬픈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어요.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겪은 고통과 상처가 되풀이 되지 말고 평화가 계속되길 염원해요"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비행장. 이곳은 일제강점기때 겪었던 제주도민들의 고초와 아픔이 아짓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장소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섯알오름 예비검속학살터는 제주4·3과 6·25전쟁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제주도민의 한이 서려있는 곳이다.
 
24일 오전 10시 아라중학교 1~2학년 학생 80여명이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 예비검속 학살터를 찾았다. 
 
제주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와 아라중학교는 제주의 미래를 짊어질 중학생들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입은 제주의 고통과 상처를 알고, 어른세대와 교감을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 예비검속 학살터를 방문하게 됐다.
 
고병석 아라중 교무부장은 "제주에 많은 관광지와 문화유적이 있지만 학생들에게 전쟁 등으로 인해 제주도민들이 겪었던 상처와 아픔을 현장에서 교육을 하고,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라중 학생들은 드넓은 밭들 사이로 타원형에 속이 빈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많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보고 신기하고 의아해 했다. 
 
선생님들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일제강점기에 알뜨르비행장을 건설하면서 만들어진 전투기격납고이며, 이곳에서 출동한 일본군 전투기가 중국의 난징을 공격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행장을 조성하면서 많은 제주도민들이 강제로 동원되면서 온갖 고초를 겪은 사실을 학생들은 알게 됐다.
 
또 대정읍 섯알오름 예비검속 학살터를 방문한 학생들은 4·3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던 무렵인 1950년에 6·25전쟁이 발발했고, 좌익세력의 후방준동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230여명이 억울하게 학살당한 아픔의 역사의 장소이라는 것을 배우고 순연해지기도 했다.
 
김민경 학생(아라중 1, 여)은 "증조할머니께서 일제강점기와 제주4·3에 대해 말해줬고, 초등학교때 4·3평화공원도 방문했지만 너무 어려서 이해하질 못했다"며 "알뜨르비행장과 예비검속 학살터를 방문하니 과거 제주에 슬픈역사가 있었고, 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마현정 학생(아라중 1, 여)은 "230여명의 도민들이 아무런 죄가 없이 억울하게 희생당했다고 하니 가슴이 아팠다"며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위로하는 기회가 됐고,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영호 제주대 인문과학연구소장은 "제주미래를 이끌어갈 세대들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픔을 알아야 한다"며 "학생들이 이번 체험을 통해 앞으로 어른세대와 소통하고,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작은 단초라도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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