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제주대 건축학부 강사·문화도시 공동체 쿠키(갤러리하루) 대표

키아프에 다녀왔습니다. 키아프는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 KIAF)로 한국화랑협회가 2002년 첫 개최하여 올해로 10년째 되는 아트페어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트페어로는 프랑스의 피악(FIAC), 스위스의 바젤, 미국 시카고 아트페어가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데 각각 개성을 가지고 관람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대표 아트페어를 만들고 국내 미술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키아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림에 관심이 있어 매년 놓치지 않으려 노력 중인데 매해 보다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의 흐름을 조금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단 가장 큰 흐름은 경계의 모호함이라 하겠습니다. 캔버스 안에 갖혀있던 회화가 어느덧 입체화가 되어 재료의 변질과 공간 점유 등으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조형에 가까운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거꾸로 조형이 회화화 되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진의 영역이 확대되어 회화화되고 조형화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장르간, 소재간, 형식간 경계가 모호하게 되어 서로를 침범하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해체하고 있는데 이는 자기의 존재가 사라지고 새로운 형식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번 키아프로 구체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일부 예술가들에게 독점 되다시피하던 환경조형물에 대한 관심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입니다. 조형작가들만이 아니라 회화작가들도 소위 공간적 작업 - 예를 들면 스트리트퍼니쳐나 건축물과 함께 하는 조형물이나 로비를 장식하는 그림들 - 에 관심을 많이 보였습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볼만한 예술 페스티벌이 많이 있습니다. 7월 말에 서울 홍익대에서 있었던 아시아대학생․청년작가미술축제 아시아프(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 Art Festival, ASYAAF)나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격년제로 열리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10월 23일까지 열리고 있고,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10월 30일까지 열리는 등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서울, 광주, 청주가 참 멀기는 하지만 한번쯤은 예술에 흠뻑 빠져보기 위해 먼 길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요? 광주와 청주도 다녀오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 제주에도 세계적인 예술축제가 하나쯤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제주섬문화축제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주대 건축학부 강사 ·문화도시공동체 쿠키(갤러리하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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